“이젠 아무도 못믿어” 시장은 ‘안개’ 투자자는 ‘고민’

  • 입력 2008년 9월 19일 02시 55분


심각한 부시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8일 백악관에서 최근의 금융위기 사태에 대한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미 행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모든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심각한 부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8일 백악관에서 최근의 금융위기 사태에 대한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미 행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모든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어제 뉴욕증시 초반 상승 - 하락 ‘치열한 공방전’

불안감 여전… 美국채 수익률 50년만에 최저치

은행간 대출 꺼려 리보금리 9년만에 최대 상승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8일 “미국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투자자 신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의 긴급 성명을 발표한 것은 흔들리는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15일에 이어 이날까지 불과 사흘 새 두 차례나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것에 대해 일단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 뉴욕증시 혼조세

18일 개장 초 뉴욕증시는 상승세로 출발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 스위스중앙은행(SNB), 일본은행(BOJ), 영국은행(BOE), 캐나다중앙은행(BOC) 등 6개 중앙은행이 단기 자금시장에 총 2470억 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시장 안정에 기여했다. 부시 연설 직후 1%이상 올랐던 다우지수는 상승폭이 다소 둔화됐다.

그러나 하루 앞선 17일 뉴욕증시는 말 그대로 ‘투매장’이었다. 투자자들은 “이젠 아무도 믿을 수 없다”며 주식을 내다 팔았다.

AIG와 ‘다음 차례’로 일찌감치 거론돼 온 워싱턴뮤추얼은 물론이고 모기지 부실로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는 와중에서도 순익을 기록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주가도 각각 13.9%, 24.22% 하락했다. 특히 월가 최고의 금융회사를 자처하는 골드만삭스로선 굴욕이었다.

그 이유는 이들 회사가 지금은 순익을 내고 있지만 혹시 감춰졌던 부실이 발견돼 언제든지 쓰러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투자심리가 꽁꽁 얼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탐욕’이 월가를 지배했다면 이제는 ‘공포’가 월가를 완벽하게 장악했음을 보여주는 징표였다.



○ 안전자산으로 돈 몰려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면서 금값이 사상 최대 폭으로 급등하는가 하면 미국 국채 수익률은 5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1주일 전만 해도 1.644%였던 3개월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이날 0.06%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5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 금융시장이 공황상태에 빠지면서 ‘안전성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머니마켓펀드(MMF) 시장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외신들이 18일 보도했다.

주요 MMF 가운데 하나인 ‘리저브 프라이머리 펀드’의 순자산 가치가 16일 기준으로 주당 0.97달러를 기록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주당 자산가치가 1달러 이상이어야 투자자들이 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 주요 MMF가 자본잠식 상태가 된 것은 1994년 이후 처음이다. MMF는 위험성이 낮은 국공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 유동성이 높은 기타 채권 등에 자금을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대표적인 안전 투자 수단으로 불려왔다.


▲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정주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 신뢰 악화로 글로벌 경제리스크 커져

시장에는 돈줄이 마르면서 금융시장의 단기 자금 사정을 대표하는 지표인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로 국제금융시장의 기준금리 역할을 함)가 9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이날 3개월 리보금리는 3.0635%로 전날보다 0.19%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1999년 9월 29일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리보금리가 급등한 것은 금융 시스템 불안으로 은행들이 서로 대출을 꺼린다는 의미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신뢰가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신용 없이는 경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글로벌 경제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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