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MD 대응 극동서 무력시위

  • 입력 2008년 9월 20일 02시 59분


장거리 핵미사일 시험 발사… 대잠 대공 함포사격 등 대규모 입체군사훈련

《18일 오후 러시아 북해함대 소속 핵추진 잠수함 드미트리 돈스코이 호는 다탄두 장거리 미사일을 싣고 백해에서 잠수 훈련을 시작했다. 같은 시간 ‘러시아가 낡은 폭격기 몇 대를 남미 독재국가에 보내도 미국과 우방국 간의 연대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 국무부의 보도 자료가 러시아에 전해졌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돈스코이호는 수면으로 떠올라 토폴-M 미사일을 7000km 떨어진 러시아 극동 캄차카반도를 향해 발사했다.》

美의 러시아 군사력 무시 발언이후 전격실시

“동유럽 신냉전기류, 태평양쪽으로 유도 포석”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한 러시아의 미사일 발사 실험 상황이다. 이날 발사한 토폴-M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8000km로, 최대 10기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폴-M 미사일이 캄차카반도 쿠라 실험장의 목표물을 타격한 뒤 러시아 국방부 관리들은 “우리가 잠수함에서 쏘는 미사일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망을 뚫을 수 있다”는 말을 흘렸다.

같은 날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전투함 10대는 블라디보스토크 기지에서 나와 동해로 출동했다. 1만1000t급 미사일 순양함 바랴크호는 해상 목표물에 함포를 발사했다. 바랴크호를 호위하던 구축함들은 가상 적국의 잠수함과 전투기를 맞히는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이 같은 러시아 해군의 입체훈련에 동원된 함정과 병력은 1991년 소련 붕괴 당시보다 3배나 늘어났다고 러시아 일간 브즈글랴트가 보도했다.

이번 훈련은 미국 측이 러시아 군사력을 얕잡아보는 발언을 한 이후 실시된 것.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8일 러시아가 베네수엘라에 전함 5척을 보내 합동훈련을 실시한다는 소식에 “베네수엘라까지 항해할 수 있는 배를 찾아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비꼬았다.

모스크바의 한 외교 소식통은 “러시아군이 미국에 힘을 과시하기 위해 동해 인근에서 실전 훈련 강도를 높이고 있어 그루지야에서 머물던 신(新)냉전 기류가 태평양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번 훈련에서는 또 러시아 아무르 강 일대에 건설 중인 보스토치니 우주기지가 레이더로 훈련을 통제하고 있다고 군 소식통들이 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이 구축하는 MD 계획에 대응해 러시아군이 극동에서 미사일 발사 및 요격 훈련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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