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지원… “금융사들이 버텨줄지가 관건”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은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방위적 카드를 동시다발적으로 내놓았다.
미 정부는 1989년 저축대부조합 위기 때와 같이 ‘정리신탁공사(RTC)’를 설립해 금융회사들의 부실채권을 일괄적으로 국민세금을 들여 정리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이 방안은 미 정부가 쓸 수 있는 ‘마지막 수단’으로 꼽혀 왔다.
정리신탁공사는 한국이 외환위기 직후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라 설립했던 자산관리공사와 유사한 기구다.
앞서 폴슨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8일 오후 상하원 지도자들에게 이 같은 방안을 보고했다.
정리신탁공사는 1989년부터 1995년까지 6년간 존속하면서 파산 위기에 처한 747개 저축대부조합에서 무려 4000억 달러어치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저축대부조합 집단 부도를 막았다.
현재의 위기는 금융회사들이 서로의 부실을 정확히 알지 못해 거래를 하지 않으려는 ‘신뢰의 위기’인 만큼 정부가 나서 부실을 털어내 주면 금융시스템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입법 절차에 시간이 걸리는 데다 금융회사들이 갖고 있는 채권들이 파생상품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부실채권과 정상채권을 가려내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관련 법안이 다음 행정부에서나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금융회사들이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19일에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주에 대한 공(空)매도를 일시적으로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전날 영국 금융청(FSA)이 금융주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한 것에 바로 뒤이은 조치다.
향후 주가가 하락할 경우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공매도는 최근 금융주 폭락의 주범으로 꼽혀 왔다.
미 재무부는 19일에 최근 흔들리고 있는 머니마켓펀드(MMF)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정부가 원금을 보장해 주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재무부의 통화안정기금에서 필요하면 500억 달러까지 쓸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주요 MMF 가운데 하나인 ‘리저브 프라이머리 펀드’가 16일 기준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금융시장에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