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베키 남아공 대통령 중도 퇴진

  • 입력 2008년 9월 22일 02시 56분


타보 음베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창립 95주년 기념행사에서 정적인 제이컵 주마 ANC 총재(왼쪽)와 축배를 들고 있다. 음베키 대통령은 ANC의 조기 사임 요구에 굴복해 조만간 물러나고 주마 총재가 신임 대통령에 취임할 예정이다. 위트뱅크=로이터 연합뉴스
타보 음베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창립 95주년 기념행사에서 정적인 제이컵 주마 ANC 총재(왼쪽)와 축배를 들고 있다. 음베키 대통령은 ANC의 조기 사임 요구에 굴복해 조만간 물러나고 주마 총재가 신임 대통령에 취임할 예정이다. 위트뱅크=로이터 연합뉴스
민족회의 총재 선거 패배뒤

경선상대 주마 기소에 개입

黨내부 조기퇴진 요구 수용

타보 음베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임기(내년 4월)를 채우지 못하고 곧 사임할 것이라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남아공 집권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20일 음베키 대통령에게 조기 사임을 요구했고 그가 수용했다고 밝혔다. 무코니 라트시탕가 대통령 대변인도 “대통령이 물러나기로 했고 차기 대통령 선출 절차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베키 대통령은 제이컵 주마 현 ANC 총재가 무기 거래 등 부패 혐의로 기소되도록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 ANC 내부의 주마 지지세력으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아왔다. 이번 결정은 지난주 법원 판결에서 이런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에 따라 음베키의 오랜 정적이자 부통령 출신인 주마 총재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남아공은 국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며 ANC가 총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음베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당 총재 경선에서 경쟁자인 주마 총재에게 패했다.

음베키 대통령은 1999년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취임한 뒤 남아공의 경제성장률을 5%대로 이끌며 2004년 재선에서 성공했다. 그러나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펴 서민들의 반발을 가져왔다.

한편 좌파 성향의 주마 총재가 집권할 경우 경제성장을 중시한 음베키 대통령과는 국정 운영 방향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민층의 지도자’로 불리는 주마 총재는 좌파, 빈곤층, 노동자, 젊은이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는 남아공 최대부족인 줄루족 출신이기도 하다.

주마 총재는 어린 시절 경찰관이던 아버지를 여읜 뒤 가난한 환경에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1959년 17세의 나이로 ANC에 가입해 활동하다 1963년 체포돼 만델라 전 대통령과 함께 10년간 복역하기도 했다.

그는 음베키 대통령이 취임할 때 부통령직에 오르며 차기 지도자로 꼽혔으나 2005년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해임됐다. 이어 성폭행 혐의로 기소되는 등 물의를 일으켰지만 서민층의 강력한 지지에 힘입어 ANC 총재에 당선돼 재기의 기반을 다졌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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