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 선택 2008]美대선 부통령 후보 ‘극과 극’ 행보 눈총

  • 입력 2008년 9월 25일 02시 54분


말 많아 잇단 실언… 언론기피 또 구설…

바이든 - 방송출연 사절 안해… 인터뷰만 89차례

페일린 - 후보 내정후 기자회견 단 한번도 없어

미국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대조적 태도가 화제다. 한쪽은 카메라 앞에서 말을 너무 많이 하고, 한쪽은 카메라를 너무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원래 장광설로 유명한 민주당 조지프 바이든 후보는 방송 출연을 마다하는 법이 없다. 그러다 최근 잇따라 ‘실언’ 행진을 하고 있다.

23일 공개된 CBS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든 의원은 “1929년 주식시장이 붕괴했을 때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TV에 나가 ‘실제 일어나는 일들을 보라’며 국민에게 실상을 알리고 소통했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금융위기 대처를 비판했다.

하지만 1929년 당시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인 허버트 후버였으며 당시는 TV가 보급되기 전이었다.

바이든 후보는 또 22일 민주당 측이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컴맹이라고 비판하는 TV 광고를 내보낸 데 대해 코멘트를 요청받고 “형편없는 광고다. 그런 광고는 만들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선 “그런 말은 내부적으로 했어야지 언론에 대고 그러면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는 지난주엔 AIG 구제 방침이 나오자마자 방송에 출연해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단칼로 자르듯 찬반을 얘기할 문제가 아니며, 현실과 원칙 사이에서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견해를 가진 버락 오바마 후보는 “조(바이든)는 기다렸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공화당 세라 페일린 후보의 언론 기피증은 그 자체로 미국 언론들의 기획기사 아이템이 될 정도다.

외교 경험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 온 페일린 후보는 유엔 총회 개최 기간에 맞춰 23, 24일 외국 정상 등 외교계 거물들과 연쇄 면담을 했다.

23일 면담의 하이라이트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의 만남. 공화당 캠프는 신문 기자와 방송 프로듀서 1명씩의 현장 취재를 허용하겠다고 했다가 면담 직전 방송사 카메라 1대만 허용하겠다고 바꿨다.

방송사들이 아예 취재를 거부하겠다고 하자 대치 끝에 방송 프로듀서 1명이 추가로 들어갔고 그나마도 30여 초 만에 나와야 했다.

페일린 후보는 지난달 말 부통령 후보 내정 이후 한 번도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고 동행한 취재기자들의 질문도 거의 받지 않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89차례 인터뷰를 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편 24일 발표된 워싱턴포스트-ABC뉴스 공동조사에서 오바마 후보는 52%의 지지율로 매케인 후보를 9%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오바마 후보의 지지율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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