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선원 3명이 에워싸고 삽 휘둘러 추락

  • 입력 2008년 9월 29일 02시 59분


붙잡힌 폭력 선원들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해상에서 무허가로 조기잡이를 하다 검문검색 중인 해경단속반에 흉기를 휘둘러 박경조 경위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인 선원들. 이들이 27일 목포해양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목포=박영철  기자
붙잡힌 폭력 선원들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해상에서 무허가로 조기잡이를 하다 검문검색 중인 해경단속반에 흉기를 휘둘러 박경조 경위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인 선원들. 이들이 27일 목포해양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목포=박영철 기자
국토해양부 장관 조문불법조업 중국 어선을 검문하다가 순직한 박경조 경위의 빈소가 마련된 전남 목포시 한국병원 장례식장.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28일 이곳을 찾아 헌화하며 고인을 기리고 있다. 목포=연합뉴스
국토해양부 장관 조문
불법조업 중국 어선을 검문하다가 순직한 박경조 경위의 빈소가 마련된 전남 목포시 한국병원 장례식장.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28일 이곳을 찾아 헌화하며 고인을 기리고 있다. 목포=연합뉴스
■ 순직 故 박경조 경위 빈소 애도 물결

15시간 심야 추격땐 다른 中어선들이 진로 방해

중국선원 11명 공무방해치사상 혐의 영장신청

외교부 “불법행위 최종 확인땐 中정부 사과요구”

동료들 “평소 솔선수범… 맨 먼저 배오르다 참변”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검문하다 순직한 박경조(48) 경위(1계급 특진 추서)는 중국 선원들이 휘두른 둔기에 머리를 맞고 바다로 떨어져 익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목포해양경찰서는 28일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조업을 하고 박 경위에게 폭력을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허신취안(河新權·36) 씨 등 중국인 선원 11명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외교통상부는 박 경위의 사망이 중국 선원의 불법 행위에 따른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중국 정부에 사과와 불법 조업 어선에 대한 단속 강화를 공식 요구할 방침이다.

▽박 경위, 중국 선원 둔기에 맞고 바다로 떨어져=해경은 3003경비함(3000t급)이 중국 어선을 검문할 당시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 판독과 긴급체포한 중국 선원 11명에 대한 조사를 통해 박 경위에게 직접 폭력을 행사한 3명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 동영상에는 박 경위가 동료 경찰관 16명과 함께 고속단정(리브보트) 2척을 타고 중국 어선에 접근하자 선원들이 거세게 저항하며 배에 오르지 못하게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해경 관계자는 “비디오 화질 개선 작업을 거쳐 정밀 판독한 결과, 박 경위와 근접했던 선원 3명 가운데 2명이 박 경위를 손으로 잡고 바다 쪽으로 밀쳐 내는 과정에서 1명이 삽으로 3, 4차례 박 경위의 머리를 내리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철 기자

해경은 당초 이들 3명에게 살인죄 적용을 검토했으나 살해 의도가 명확하지 않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죄를 적용키로 했다. 이들은 국적에 관계없이 특정 국가의 영역 안에서 저지른 범죄 행위는 해당 국가 법을 적용하는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국내 처벌이 가능하다.

수사 관계자는 “바다로 떨어질 당시 박 경위의 혁대가 풀렸으나 혁대와 경찰봉을 연결하는 줄이 목에 감기는 장면은 없었다”며 “이는 표류 과정에서 빚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당시 박 경위와 함께 고속단정을 타고 중국 어선에 접근했던 젊은 동료 직원들은 “대개 나포조장은 뒤에서 지시를 내리는데 그날 나포조장이었던 박 경위는 평소 솔선수범하던 성격대로 맨 먼저 중국 어선에 뛰어들었다”며 “우리가 가야 할 곳에 왜 먼저 가셨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중국 어선 방해 뚫고 15시간 심야 추격전=해경은 사건 당시 현장에서 박 경위가 바다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 문제의 중국 어선에 강제 억류당한 것으로 보고 즉시 추격에 나섰다.

3003경비함 승무원들은 어떻게든 동료를 구하겠다는 각오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추격전을 벌였으나 다른 중국 어선 10여 척이 수시로 경비함 앞을 드나들며 진로를 방해했다.

이들 어선은 서로 뒤엉키면서 용의 선박을 은폐하고 경비함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밤새워 ‘방해 작전’을 펼쳤다.

해경은 용의 선박을 계속 쫓다 밤을 꼬박 새운 뒤 26일 오전 10시경 15시간 만에 당초 사고 현장 서북쪽 100km 해상에서 문제의 어선을 나포하는 데 성공했다.

붙잡힌 17t급 불법 조업 어선은 중국 랴오닝(遼寧) 성에 주소를 둔 허 씨가 선주 겸 선장으로 모두 11명이 타고 있었으며 배 외부에는 국적이나 선명조차 표기돼 있지 않았다. 이 배에서 박 경위를 찾지 못한 해경은 26일 오후 1시 10분경 사고 현장에서 남쪽으로 6km 떨어진 해상에서 구명동의를 입은 채 바다에 떠 있던 박 경위의 시신을 발견했다.

▽빈소에 추모 행렬=박 경위의 빈소가 마련된 전남 목포시 한국병원 장례식장에는 28일 해경과 농림수산식품부, 수산업협동조합 관계자를 비롯한 많은 추모객이 찾아와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다.

빈소에는 이명박 대통령 등이 조화 100여 개를 보냈으며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강희락 해양경찰청장과 함께 분향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빈소를 지키던 박 경위의 부인 이선자(45) 씨는 강 청장을 붙들고 “남편이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왜 늦게 알려줬느냐”며 눈물을 흘렸고 이를 지켜보는 강 청장은 “할 말이 없습니다”라며 울먹였다. 아들 제웅(10) 군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형 경룡(16) 군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울음을 터뜨렸다.

앞서 27일에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인근의 시장 군수 등이 빈소를 찾았고 중국영사관 광주사무소 관계자 2명이 들러 조문하기도 했다. 박 경위의 영결식은 29일 오전 목포해경에서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葬)’으로 치러진다.

목포=김권 기자 goqud@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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