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서 ‘아이누족 무시’ 등 발언 파문 사퇴
‘인기있을 때 중의원 해산’ 자민당 전략 큰 차질
일본군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망언으로 유명한 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 일본 국토교통상이 ‘입단속’을 하지 못해 취임 5일 만에 사임했다.
이는 전후(戰後) 일본의 각료 중 두 번째 단명(短命) 기록이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나카야마 국토교통상의 문제 발언이 터져 나온 것은 취임 다음 날인 24일 오후 기자회견장. 그는 각료가 취임 후 언론사들을 3개 그룹으로 나눠 30분씩 하는 회견에서 주워 담기 어려운 말 3가지를 쏟아냈다.
첫 번째는 지바(千葉) 현에 있는 나리타(成田)공항의 활주로 확장 문제. 그는 활주로 확장에 반대하는 지역여론을 ‘이익을 보기 위해서 떼를 쓰는 행위’에 비유하면서 “나만 좋으면 된다는 풍조 때문에 좀처럼 공항 확장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일본을 “단일민족 국가”라고 지칭한 대목이다. 이는 아이누 민족의 존재를 무시하는 내용이어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다.
세 번째는 “일본교직원조합(일교조)이 강한 지역은 학력이 낮다”는 발언. 실언이라기보다는 그의 소신이다.
그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각 언론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오해를 부르는 발언”이라며 철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는 26일 지바 현 측과 아이누민족단체 측이 국토교통상실을 찾아와 항의하자 사죄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일교조에 대한 발언은 철회하지 않고 27일 “(일교조는) 교육의 암” “일교조를 때려 부수겠다”는 극단적인 발언을 연발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는 28일 나카야마 국토교통상의 발언 파문이 확산되자 그의 사의를 받아들이고 후임에 가네코 가즈요시(金子一義) 전 행정개혁담당상을 내정했다.
나카야마 국토교통상의 발언에는 그의 출신 지역구에서조차 “부끄럽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판 일색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그의 사임에 관계없이 자질이 의심스러운 인사를 각료로 임명한 아소 총리의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자민당 총재 경선의 여세를 몰아 중의원을 조기 해산한 뒤 총선을 승리로 이끈다는 자민당의 전략에 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나카야마 국토교통상은 문부과학상 시절인 2005년 3월 국회 답변을 통해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명기하는 단초를 만든 인물이다. 그는 “군위안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교과서에서 군위안부와 강제연행이라는 표현이 줄어 다행이다” 등의 망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