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구제금융, 부시 정책에 최후의 심판”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9월 29일 03시 01분



매케인 “시스템 개선… 선심성 예산 줄일 것”
■ 美대선 1차 TV토론
美언론 “KO펀치는 없어… 오바마 백중우세”

11월 4일 미국 대통령선거 양당 후보 간 첫 번째 TV토론이 26일 미시시피 주 옥스퍼드의 미시시피대에서 열렸다. PBS방송 짐 레러 앵커의 사회로 90분간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는 금융위기를 포함해 이라크전쟁, 이란의 핵 개발 등을 놓고 한 치의 물러섬이 없는 공방전을 벌였다.

뉴욕타임스는 27일 “이번 토론은 ‘가족 내 긴장’의 극적인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며 “늙은 가장(매케인 후보)은 자신의 사업을 이어받으려는 후계자(오바마 후보)가 더 잘할 수 있다며 도전해 올 때 좌절하고 심지어 성을 내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치열한 공방전=오바마 후보는 정부가 마련한 7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계획에 대한 질문에 “이번 사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끌고 매케인 상원의원이 지지해 온 8년간의 경제정책에 대한 최후의 심판”이라며 매케인 후보를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매케인 후보를 겨냥해 “불과 10일 전에도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이 건전하다고 말했는데, 나는 그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이에 매케인 후보는 “금융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미국인들의 저력을 믿는다”며 “올바른 지도자와 함께한다면 미국의 장래는 밝다”고 응수했다.

매케인 후보는 금융위기 타개책으로 정부지출 축소를 강조하며 “대통령이 되면 선심성 예산을 줄이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바마 후보는 재정지출 축소가 능사는 아니라며 “수술용 메스를 써야 할 곳에 도끼를 사용해선 안 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오바마 후보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관련해서도 “부시 정권과 매케인 후보는 8년간 이라크전쟁에 매달렸지만 오사마 빈 라덴은 건재하고 알 카에다는 부활했다”며 ‘테러와의 전쟁’을 총체적 실패로 규정했다.

매케인 후보는 오바마 후보의 ‘16개월 내 이라크 철군’ 주장에 대해 “이라크 주둔 병력을 빼 아프간으로 이동 배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기계적인 철군 일정을 강행할 경우 미국의 안보에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평가와 전망=미국 언론들은 “본선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결정타는 없었다”면서도 대체로 오바마 후보의 백중 우세로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날선 공방을 벌였지만 어느 누구도 상대방을 KO 시키지는 못했다”며 대체로 토론이 백중하게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라스무센에 따르면 △오바마 후보 승리 36% △매케인 후보 승리 33% △무승부 31%로 나타났다.

반면 CNN은 524명을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이 51%로 나타나 매케인 후보(38%)를 압도했다고 보도했다. 438명을 온라인으로 조사한 CBS 결과에서도 오바마 후보 39%, 매케인 후보 24%, 무승부 37%로 나타났다.

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한반도 관련
‘Korea’ 언급 13번 중 11번이 ‘North’
오바마 “이란-北 때문에 MD 필요”
매케인 “北은 거대한 강제수용소”


26일 TV토론에서 두 후보는 13번이나 ‘Korea’와 관련된 언급을 했다. 버락 오바마 후보가 “미래형 자동차를 일본과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 존 매케인 후보가 한국인의 평균 키를 거론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11번은 북한에 대한 것이었다.

▽오바마 후보

“존, 당신은 과거 북한을 소멸시켜야 한다고, 이란을 폭격하자고 했다.”

“대화하지 않음으로써 벌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은 성과를 내지 못한다. 이란이나 북한에서 효과가 없지 않았느냐.”

“우린 북한과 대화를 단절했다. 그들은 ‘악의 축’의 하나였다. 그 결과 그들은 핵능력을 4배로 키웠다. 핵무기와 미사일을 실험했다.”

“나는 이란과 북한 때문에 미사일 방어망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매케인 후보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했었다(2000년). 그런데 북한은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잔인한 정권일 것이다. 한국인의 평균 키가 북한 주민보다 3인치(7.6cm) 크다. 거대한 굴라크(옛 소련의 강제수용소)다. 우리는 ‘친애하는 지도자’의 건강 상태가 어떤지는 모르지만 북한이 그들이 서명한 모든 합의를 파기해 왔다는 건 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말한 ‘신뢰하라, 그러나 검증하라’로 돌아가야 한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