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 유세중단 승부수는 패착”

  • 입력 2008년 9월 30일 02시 58분


美언론 “오바마 냉철함 돋보여”… 지지율 3~6%P 앞서

미국 의회가 28일 금융시스템에 대한 포괄적 구제금융안에 합의함에 따라 민주 공화 양당 대선 후보는 29일 유세 현장으로 복귀했다.

지난주 내내 7000억 달러 구제금융안을 놓고 공방을 벌여온 두 후보는 우선 이번 합의에 대한 자신의 기여를 강조하고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28일 CBS방송에 출연해 “지난 2주일간 헨리 폴슨(재무장관), 의회 지도자들과 매일 통화하면서 원칙이 반드시 반영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존 매케인 후보는 ABC방송에서 “긴급 금융 집행을 모니터할 기구 설립과 최고경영자(CEO)의 보수 제한 등 일관되게 강조해 온 원칙들이 합의안에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번 합의 도출 과정은 두 후보의 상반된 리더십을 여실히 보여줬다.

매케인 후보가 선거운동 중단, TV토론 연기 등 ‘충격요법’을 쓴 데 대해 공화당 내에선 “매케인이 공화당을 협상으로 이끄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존 베너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미 언론의 평가는 오바마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쪽이다.

뉴욕타임스는 29일 “매케인이 목표를 향해 다이빙하는 충동적, 행동지향적 리더십을 보여준 반면 오바마는 차분하고 냉철한 리더십을 보여줬으며 전화로 뒤에서 일을 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도 “대선판을 흔들기 위한 매케인의 위험한 승부수가 아주 나쁜 투자로 귀결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이 친(親)오바마 성향을 보이고 있음을 감안한다 해도 매케인 후보에게 15일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촉발된 금융위기는 대선 본선 전반부를 망쳐놓은 악재 중의 악재였다.

투표일을 5주 남겨놓은 30일 현재 판세는 오바마 후보가 3∼6%포인트 격차로 앞서고 있다.

물론 구제금융안 의회 통과가 마무리돼 유권자들의 관심이 경제 이외 분야로도 분산되면 매케인 후보에게도 역전의 계기는 여러 번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경제문제를 더 잘 다룰 수 있는 후보’라는 이미지를 오바마 후보에게 빼앗긴 점, TV토론에서 “오바마 의원은 이해를 못한다”는 공격적 표현을 되풀이해 ‘독불장군’ 이미지를 악화시킨 점 등은 그에게 상당한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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