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대공황’아닌 ‘대진압’ 과정”

  • 입력 2008년 10월 6일 02시 56분


“대공황땐 FRB가 신용 축소… 연쇄파산 불러

지금은 자금투입 적극적… 정책 180도 달라”

타임-뉴스위크 30년대와 비교

“현재 상황은 ‘대공황(Great Depression) 버전 2.0’이 아니라 경제위기를 억제하는 ‘대진압(Great Repression)’이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1930년대 대공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사주간 타임과 뉴스위크는 최신호에서 대공황과 현 경제위기를 비교하는 기사를 각각 실으면서 “당시와 현재의 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물론 공통점도 적지 않다. 대공황 직전에는 자동차, 가전제품 구입이 늘면서 미국의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했고, 최근에는 주택 구입 때문에 미국인들의 빚이 늘어났다. 금융기관의 부실화와 연쇄 붕괴, 신용 위기, 주가 폭락, 미국 경제위기의 전 세계적인 확산 등도 대공황 당시와 유사하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대응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대공황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을 축소했다. 이로 인해 금융기관들의 연쇄 파산은 가속화됐다. 이 때문에 뉴스위크는 “대공황의 주범은 FRB였다”고 꼬집었다.

반면 ‘역사를 통해 배운’ 벤 버냉키 현 FRB 의장은 신용위기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잇달아 내렸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금융권에 1조1000억 달러(약 1345조 원)를 공급하는 등 정반대 정책을 취했다고 타임은 설명했다.

재무부도 정책을 180도 바꿨다. 대공황 때 재무부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균형예산을 짜야 한다는 정책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예산 적자가 늘어나더라도 자금을 투입해 경제위기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타임은 “지금은 FRB와 재무부가 최대 2조 달러를 투입해 현 경제위기가 ‘대공황 버전 2.0’이 되는 것을 막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대진압’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과 경제 관료들은 예산 적자가 늘더라도 경제위기를 막는 것이 낫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예금자보호제도 도입으로 금융기관이 안정됐으며, 아시아와 중동의 국부펀드가 도움이 되는 점도 대공황 때와 다른 점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위크도 현재의 주가 하락, 실업률 상승 등은 “경기침체기의 보편적인 현상”이라며 1940년대 후반 이후 미국은 10차례의 경기침체를 경험했고 때론 지금보다 심각했지만 국가 재앙으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평가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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