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금융사에 얼마나 투입할 것인가’ 산 넘어 산

  • 입력 2008년 10월 6일 02시 56분


법안 서명하는 펠로시 하원의장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투입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3일 미국 하원에서 통과된 뒤 낸시 펠로시(왼쪽 아래) 미 하원의장이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법안 서명하는 펠로시 하원의장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투입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3일 미국 하원에서 통과된 뒤 낸시 펠로시(왼쪽 아래) 미 하원의장이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헐값 매입땐 시장 불안… 후하게 쳐주면 납세자 불만

세부지침 아직 없어… NYT “최소 1, 2개월 걸릴 것”

월가 “경기침체 못막을 것” 우려속 ‘금리 인하’ 기대

■ 공적자금으로 부실자산 매입 어떻게

《대공황 이후 최대 규모인 구제금융법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하면서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미국 정부는 7000억 달러 규모의 공적자금 운용을 위해 세부적인 시행지침을 만들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더욱이 구제금융법안이 시행돼도 신용경색 완화와 경기 활성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우선 7000억 달러의 운용은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 부실자산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매입할 것인지, 부실자산 가격은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매입한 자산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 결정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실자산 매입 방식만 해도 가능한 싸게 매입할 수 있도록 ‘역(逆)경매’ 방식을 활용할 것이라는 점 외에는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가 실제 금융회사의 부실 자산을 매입하기까지 최소 3주에서 수개월까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뉴욕타임스는 최소 1, 2개월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 세부 시행기준 마련 작업 만만치 않아

토니 프래토 백악관 대변인은 2일 “재무부는 가능한 한 빨리 부실자산을 인수하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복잡한 작업이기 때문에 최소한 몇 주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실자산의 가격 산정이나 에셋 매니저(자산운용 책임자) 고용 등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에서 부실자산을 팔 때 원래 산 가격보다 비싸게 재무장관에게 팔 수 없도록 규정한 것 외에는 부실자산의 가격 평가와 구매 방식과 관련한 세부적인 지침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미 재무장관은 부실자산의 구매 메커니즘과 가격 결정, 부실자산의 인수 대상 평가 등을 포괄하는 프로그램 기준을 공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재무장관이 공적자금 투입에 앞서 구제 대상 금융기관과 인수 가능한 부실자산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부실자산 인수 가격을 정하는 일도 간단치 않은 일이다. 의회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이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부로서는 납세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 싸게 매입해야 하지만 이럴 경우 금융회사의 손실이 커져 자칫 금융시장 불안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

○ 구제금융법안 시행 효과 불투명

구제금융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월가는 아직 이 법안의 실효성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구제금융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3일에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뉴욕 증시는 하락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구제금융법안 시행과 함께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3일 “금융시장 안정에는 ‘범용 대책(one-size-fits-all solution)’이 있을 수 없다”며 구제금융 이외에도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폴슨 장관은 “어떤 금융회사는 모기지 부실자산을 보유하고 있는가 하면, 어떤 은행은 부실 대출을 갖고 있고, 어떤 곳은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FRB는 신용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앞으로도 모든 권한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FRB가 금리 인하 카드를 동원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존 실비아 와코비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RB는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새로운 유동성 공급 방안이나 대출 시스템 개발은 물론 금리인하도 고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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