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마트 ‘폭탄세일’에도 한산… 佛 ‘햄버거 외식’ 늘어

  • 입력 2008년 10월 17일 03시 03분


부시 “은행 부분국유화는 경제 안정에 도움”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왼쪽)이 15일 각료회의에서 ‘정부가 은행 지분을 매입한 조치가 경제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동안 헨리 폴슨 재무장관(가운데)과 칼로스 구티에레즈 상무장관이 경청하고 있다. 워싱턴=블룸버그 연합뉴스
부시 “은행 부분국유화는 경제 안정에 도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왼쪽)이 15일 각료회의에서 ‘정부가 은행 지분을 매입한 조치가 경제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동안 헨리 폴슨 재무장관(가운데)과 칼로스 구티에레즈 상무장관이 경청하고 있다. 워싱턴=블룸버그 연합뉴스
■ 美-유럽 경기침체 우려에 소비 꽁꽁

《세계 금융시장을 덮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채 가시기도 전에 ‘R(Recession·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감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고용사정이 악화되면서 소득이 줄어든 소비자들은 지갑을 꽁꽁 닫고 있다. 매출이 줄어든 기업과 소매점들은 폭탄세일 등을 실시하며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본격적으로 전이되면서 경기 위축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미국, 소비 위축→기업 매출 감소→고용 위축→소비 감소 악순환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이달 초부터 장난감에 대해 폭탄 세일을 실시하고 있다. 배달도 공짜다. 가정용품 대형 할인점인 홈디포는 핼러윈 데이(10월 31일) 용품이 팔리지 않자 벌써부터 판매대에서 핼러윈 용품을 치우고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품으로 대체했다.

이처럼 유통업체들은 판매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지갑은 열리지 않고 있다.

미국의 9월 소매판매는 1.2% 감소하면서 1991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지만 소매점들은 아직 최악의 시기는 오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데이비도비츠 앤드 어소시에이츠의 하워드 데이비도비츠 씨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진짜 불황은 아직도 멀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15일 지난해 미국의 가구당 평균 소득이 5만233달러로 2000년 5만557달러에도 못 미쳤으며, 올해 금융위기로 인해 임금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수익이 나빠진 기업들이 일자리를 줄이면서 고용사정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4.4%였던 실업률은 최근 6.1%까지 치솟았다.

소비가 경제성장의 60∼70%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곧 경제성장의 하락을 의미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 조사를 토대로 미국의 3분기(7∼9월)와 4분기(10∼12월)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0.2%와 0.8%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외식문화까지 바꾸는 유럽 경기침체

외식이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프랑스에서는 요즘 식당에서 전채요리와 후식인 커피를 건너뛰거나, 아예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근 파리의 한 음식점에선 주인이 코스요리를 주문하지 않는 한 커플을 내쫓으면서 “나더러 어떻게 살라고 그러느냐”고 호통을 친 사건이 뉴스가 되기도 했다.

프랑스가 한때 ‘미국의 흉물’로 여겼던 햄버거 소비도 늘고 있다. 그런데 프랑스답게 햄버거도 손으로 들고 먹지 않고 칼과 포크로 잘라서 마치 스테이크 먹듯이 먹는 사람이 많다.

프랑스에서는 올 상반기 음식점 손님이 10∼30% 줄었고 올해 들어서만 3000여 개의 레스토랑과 카페가 문을 닫는 등 지난해 이후 문을 닫는 가게가 25% 급증했다.

음식만큼 자동차도 사랑하는 프랑스에서는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올 자동차 판매량이 3.4%가 늘었다. 그런데 석유 소비는 지난여름 사상 처음으로 15%까지 줄었다. 그만큼 자동차를 운행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명품 상설할인매장이 있는 파리 인근의 라발레빌라주와 트루아에서는 예전에 한 번도 할인품목으로 나온 적이 없던 고급 옷이 30%씩 할인돼 팔리고 있다.

영국 경제를 이끌던 런던의 금융중심지 시티와 캐너리워프에서는 앞으로 내년 말까지 6만2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흉흉하다.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캐너리워프에 근무하는 직원 4500명을 줄이기로 했고, 영국 최대 소매 은행인 HSBC도 550명을 감원키로 확정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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