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두 차례 열리는 중국 최대 무역박람회인 ‘제104회 가을 광저우(廣州) 종합무역박람회(일명 캔턴 페어·Canton Fair)’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
중국 정부는 참가 업체와 전시관 면적을 크게 늘렸지만 정작 바이어들은 이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15일부터 시작한 박람회 전시장 면적은 126만 m²로 잠실종합운동장(연면적 54만5000m²)의 두 배가 넘는다.
중국 정부는 이번 박람회를 계기로 수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3000만 위안(약 58억 원)을 들여 전시관 수와 면적을 올해 봄 박람회보다 30%씩 늘렸다. 중국의 참가 업체 역시 2만1917개로 20%가량 늘었다.
그러나 외국 업체는 45개국 424개 업체로 봄철의 514개 업체보다 줄었다.
중국 정부는 봄철의 36만여 명보다 1.3배나 많은 85만 명의 바이어에게 초청장을 보내고 20개국을 찾아 사전 설명회도 열었다.
하지만 원후이(文匯)보 등 홍콩과 중국 언론에 따르면 박람회 개막 직전 밤까지 광저우에 도착해 출입증을 받아간 바이어는 겨우 5199명으로 올봄 첫날 전시관을 찾은 바이어 4만5254명의 9분의 1에 불과했다.
특히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과 유럽 바이어가 가장 많이 준 것으로 알려졌다.
박람회 때마다 대목을 맞았던 광저우 시내의 호텔도 마찬가지다. 예년엔 한 달 전부터 호텔 방을 잡기가 어려워 방값이 2, 3배로 치솟았지만 올해 투숙률은 예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추세라면 이번 박람회의 상담액도 올봄보다 20∼40%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의 전통 수출품인 완구 의류 신발 플라스틱 제품의 상담액이 크게 줄었다고 참가업체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세 번째 광저우 무역박람회에 참가한다는 장후(江戶)무역공사의 펑젠청(馮建成) 경리는 “예년엔 보통 하루 20명의 바이어가 찾았는데 첫날인 15일 겨우 3명의 명함만 받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올봄 박람회에는 215개국 19만2013명의 바이어가 찾아 382억3000만 달러어치의 물건을 사갔다.
한편 53개 업체가 참가한 540m² 규모의 한국관은 개관 이틀째인 16일까지 중국 업체들의 전시관과 달리 외국 바이어들로 붐비고 있다고 박종식 KOTRA 광저우무역관장이 16일 전했다.
세계적인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한국관이 붐비는 것은 올봄에 비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30% 이상 떨어져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올라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