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 선택 2008/D-17]‘배관공 Joe’ 죽이기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0월 18일 02시 56분



美언론-진보단체, 오바마와 증세논쟁으로 스타된 30대에 ‘이상한 뭇매’
“자격증도 없고 소득세 체납”
AP - NYT 등 잇단 비판기사
일부선 “민주당에 악영향 탓”

미국 오하이오 주 홀랜드에 사는 조 워젤배커(34) 씨는 13세짜리 아들을 홀로 키우며 사는 평범한 배관공이었다. 그러나 15일 밤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그의 이름을 24차례나 언급하면서 졸지에 유명인사가 됐다.

그런데 벼락 스타가 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은 16일 그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으로 미국 언론과 진보단체들로부터 뭇매를 맞는 신세가 됐다.

AP통신은 16일 ‘배관공 조는 진짜 배관공인가? 그것이 토론거리다’라는 제목 아래 워젤배커 씨는 배관공 면허가 없는 무자격자이며, 소득세도 1182달러 체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 배관공 노조 간부 토니 헤레라 씨는 “그 사내가 자신을 배관공이라고 주장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진짜 ‘배관공 조’(Joe라는 이름은 미국에서 평범한 서민의 대명사처럼 쓰임)는 오바마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언론도 “워젤배커는 오바마가 당선될 경우 세금이 올라갈까봐 걱정하는 모양인데 (오바마 후보의 증세 기준선인) 연수입 25만 달러 이상을 올릴 수 있는 일자리가 어디 있는지 당장 찾아가보고 싶다”는 배관공 노조원들의 비아냥거림을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워젤배커는 올해 3월 공화당 경선에 참여해 투표했다”며 “그가 수익과 매출을 혼동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워젤배커 씨는 12일 주택가를 돌며 유세하던 오바마 후보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믿느냐”며 “25만∼28만 달러 수입을 올리는 가게를 인수하는 게 꿈인데 그러면 세금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논쟁을 벌였다.

매케인 후보 측은 이를 놓치지 않고 그 직후 그에게 유세 연설을 부탁했다 거절당했다. 하지만 매케인 후보는 16일에도 “어젯밤 토론의 진정한 승자는 배관공 조”라고 다시 그를 들먹였다.

이를 두고 로이터통신은 “그가 오바마의 세금 정책을 공격하려는 보수파의 달링(darling·사랑하는 사람)이 됐다”고 논평했다.

워젤배커 씨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 그가 정식 면허가 있든 없든 사안의 본질과 무관한 데도 언론들이 요란을 떠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면허증 소지자가 운영하는 업체에 고용돼 일해도 배관공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만약 워젤배커 씨의 발언이 민주당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어도 일부 언론과 노조가 그렇게 공격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는 스스로 스타가 되길 자청하지 않은 평범한 서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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