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 선택 D-3]희비 엇갈린 선거 자금

  • 입력 2008년 11월 1일 02시 59분


오바마 ‘티끌 모아 태산’ 310만명 모금

3억1990만달러 ‘펑펑’

매케인 ‘연방선거자금 지원’ 굴레 묶여

1억4750만달러 ‘빠듯’

오바마, 300만 달러 이상 들여 30분짜리 TV광고 대공세

매케인, 선거사무소 지원 중단 등 막판 실탄 싸움서 고전

지난달 29일 황금시간대에 300만 달러 이상이 들어간 30분짜리 초대형 TV 광고를 선보인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캠프는 다음 날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 명의로 지지자들에게 e메일을 보냈다.

‘버락이 필요로 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e메일에서 미셸 여사는 “선거를 닷새 남겨둔 지금 버락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각자 5달러 이상의 선거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미국 정치권이 ‘후원금 모금의 마술사’로 평가하는 오바마 후보는 개미군단의 푼돈을 모아 이룬 ‘티끌 모아 태산’의 전형.

연방선거자금 8600만 달러를 지원받기로 결정한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는 상대적으로 선거자금 열세로 고전하고 있다. 그나마 정당 보유자금에서 공화당이 5400만 달러로 민주당의 400만 달러를 크게 앞서지만 오바마 후보 개인이 모금한 6억4000만 달러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남은 4일간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매케인 후보는 심각한 자금난에도 불구하고 일단 접전 지역에 TV 광고를 집중하기로 했다.

▽선거비 지출 명세 뜯어보니=오바마 후보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6월부터 10월까지 미국 연방선거위원회(FEC)가 조사한 양당 대선후보 선거비용 지출 명세를 살펴보면 오바마 후보가 3억1990만 달러를, 매케인 후보가 1억4750만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두 후보 모두 선거방송 및 광고에 많은 돈을 썼다. 오바마 후보는 2억3300만 달러(전체의 72.8%)를, 매케인 후보는 6970만 달러(47.2%)를 홍보비용으로 쏟아 부었다.

선거공보 등 직접 우편물 발송에도 매케인 후보가 2730만 달러, 오바마 후보는 1970만 달러를 사용했다.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을 이용하는 오바마 후보는 비행기 운임으로 23만8891달러를, 유에스 에어웨이를 이용하는 매케인 후보는 29만6597달러를 지불했다.

이 밖에 오바마 후보는 스타벅스에서 커피값으로 593달러를, 매케인 후보는 커피와 베이글을 제공하는 체인점 코너베이커리에서 350달러를 썼다.

▽오바마 후보의 모금 비결=대선 본선에서 연방선거자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오바마 후보는 인터넷을 통한 선거자금 모금 혁명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 경선 기간에 150만 명으로부터 2억6500만 달러를 모금했다. 이 중 47%가 200달러 미만의 소액 후원금이다. 9월 말 기준으로 기부자는 총 310만 명. 1인당 평균 86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렇다고 큰손이 오바마 후보를 외면한 것도 아니었다. 연방선거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오바마 후보에게 2만5000달러 이상을 기부한 사람은 2000여 명에 달했다. 이 중 5만 달러 이상 기부한 사람도 500명을 넘었다.

매케인 후보에게 2만5000달러 이상 기부한 거액 기부자는 1800명, 5만 달러 이상 기부한 사람은 300여 명인 점에 비춰 오바마 후보는 거액 기부자 수에서도 근소한 우위를 지켰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노먼 온스타인 연구원은 “오바마 후보는 정치자금 모금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줬다”며 “소액 기부자들의 참여가 늘어날수록 정치에 대한 관심과 지지 후보에 대한 감시가 늘어나는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매케인 후보 진영의 푸념=선거 막판 실탄싸움에서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는 매케인 후보 진영은 “오바마 후보는 과거 ‘돈은 정치부패의 원죄’라는 주장을 했는데…”라며 한탄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토머스 만 선임연구원은 “개인모금의 성공신화는 사실상 연방선거위원회를 통한 공적자금 지원과 규제시스템을 무력화할 것”이라며 “선거운동 기회의 균등 등과 관련한 문제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한편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플로리다 등 경합 주에서 모두 이겨야 기적적인 역전승을 기대할 수 있는 매케인 후보는 각 주별 선거사무소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 채 막판 광고전에 남은 실탄을 모두 투입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정치자금 모집 대상이나 액수에 제한을 받지 않는 매케인 후보 지지성향의 보수파 ‘527 그룹’도 주요 언론을 통해 지지 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내는 등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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