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선진화-글로벌동맹 강화 급선무”
세계는 지금 또 한 차례 대변환의 문턱에 서 있다. 제1, 2차 세계대전과 냉전 종식을 통해 견고해졌던 미국의 일극(一極)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미국의 심장부에서 촉발된 금융위기 때문이다.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번 금융위기를 1929년 대공황에 견주고 있다. 대공황이 독일 나치즘의 태동과 2차 대전,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브레턴우즈 체제 출범으로 이어졌듯이 이번 위기 역시 세계사적 대변혁의 시발점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연구기관인 애틀랜틱카운슬은 최근 ‘미래 엿보기-누가 새로운 규칙을 만드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다극화 시대의 등장과 함께 글로벌 파워의 역사적인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도 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력의 단기적 위축과 중국 경제의 부상으로 인한 다극화 경향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제 중국이나 아시아 국가를 제외한 선진 7개국(G7)은 의미가 희석되고 G20의 역할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연히 한국 등 이머징마켓의 역할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현상을 타파하는 위기관리의 차원을 뛰어넘어 세계사적 흐름을 통찰하는 국가전략이 필요한 국면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세계사의 변경에서 중심부로 나아간다’는 것을 목표로 해 국가전략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것.
변혁의 시기에 특히 강했던 것이 한국의 근현대사였다. 6·25전쟁 오일쇼크 외환위기 등 숱한 위기를 딛고 성공신화를 이어온 한국은 하기에 따라 국가순위 ‘점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3, 4년은 한국이 세계질서의 새판 짜기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를 정할 결정적 시기가 된다는 얘기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1997년 외환위기 때 경제체질을 확 바꿔 업그레이드했듯이 다시 한 번 모든 부분을 원점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앨런 팀블릭 서울글로벌센터 관장은 “한국 경제는 수출경쟁력이 강하고 유연해 교역상대국의 경기가 하강했을 때 빠르게 다른 시장으로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번에 금융시스템 재점검, 경제 개방과 제도의 선진화, 국제 신뢰를 통한 글로벌 동맹 구축에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한국은 다시 2류, 3류 국가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적지 않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