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네트워크야, 이 바보야!”

  • 입력 2008년 11월 5일 17시 16분


오바마 당선을 위한 비밀병기로 알려진 온라인 전략기획회사 블루스테이트디지털 홈페이지.
오바마 당선을 위한 비밀병기로 알려진 온라인 전략기획회사 블루스테이트디지털 홈페이지.
블루스테이트 디지털의 실질적인 창립자인 프랭클린 핫지(左)- 파트너인 토마스 젠스머.
블루스테이트 디지털의 실질적인 창립자인 프랭클린 핫지(左)- 파트너인 토마스 젠스머.
미국버전 노사모 '블루 스테이트 디지털(BSD)'

온라인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인기는 오프라인보다 더욱 거대했다.

최근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의 최첨단으로 떠오른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사이트만 살펴봐도 선거 당시 오바마 진영과 존 매케인 공화당 진영에 대한 온라인의 온도차를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표> 소셜 미디어 채널

오바마 진영 지지 그룹 메케인 진영 지지 그룹

페이스북 190만 명 55만 명

마이스페이스 65만 명 15만 명

트위터 9만1000명 2100명

유튜브 1660만 시청 횟수 160만 시청 횟수

구글을 대표로 한 미국의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이 앞 다퉈 오바마 지지를 선언한 것 역시 온라인의 정서가 얼마나 오바마 진영으로 기울었는지를 보여준다.

오바마의 당선 이전부터 미국 주요 언론들이 오바마가 우세한 원인이 온라인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 보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오바마 진영은 지지사이트인 '마이보(MyBO)'를 앞세워 소액 선거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해 미디어 선거의 핵심인 광고 물량전쟁에서 승기를 잡기도 했다.

'마이보'란 '마이버락오바마닷컴 (my.BarackObama.com)'이라는 조금 긴 사이트의 애칭이다. '참여, 공유, 개방'이라는 웹2.0 철학을 받아들여 지역별 하부조직 구성과 선거자금 모금에서 위력을 발휘했으며 온라인 선거운동의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이보'의 대표 얼굴은 다름 아닌 미국판 싸이월드인 페이스북의 창업자 크리스 휴즈(24)다. 지난해 초 오바마 캠프에 가세하러 페이스북을 떠난 휴즈는 인터넷 공간이 정치적 도구로 변신할 수 있게 기여했다.

'마이보'는 단순한 선거 홍보가 사이트가 아니다. 이 사이트에 등록한 오바마 지지자들은 선거본부와 독자적으로 새 소식을 올릴 수 있고 자발적으로 자신의 지역에서 지지 그룹을 만들어 이벤트를 조직하고 자금모금 행사를 벌일 수 있었다. 오바마는 '마이보'를 통해 200달러 미만의 소액 지지자 200만 명 이상을 끌어들였다.

●오바마의 비밀병기 '블루스테이트'

'마이보'를 실질적으로 설립하고 운영한 조직은 소규모 전략기획 회사인 '블루스테이트디지털 (www.bluestaedigital.com 이하 BSD)'이다. ('블루스테이트'란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미국 동부 주(州)들을 칭하는 정치 용어다)

BSD가 만든 '마이보'를 통해 90만 명에 달하는 열정적인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들었고, 선거사상 초유의 2억 달러 모금이란 신화가 탄생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이같은 신화를 이뤄낸 BSD에 주목하며 지난 6월 "BSD는 오바마 후보의 비밀병기"라 칭하면서 오바마 뒤에 디지털 돌격대가 있음을 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BSD는 조금 독특한 배경을 가졌다.

2004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하워드 딘 선거 캠프 출신들이 세운 회사다. 당시 하워드 딘은 탁월한 온라인 선거 전략을 앞세워 무명에서 일약 존 케리 후보의 턱 밑까지 치고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하워드 딘 캠프는 당시 거의 모든 선거자금을 기업이 아닌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충당했던 것으로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바마 진영은 바로 이 대목에 주목하고 2007년 2월 전격적으로 BSD를 발탁했다.

보도에 따르면 9월까지 오바마 진영이 이 회사에 지급한 금액은 110만 달러(한국 돈 약 13억 정도)로 알려졌다. 이 투자에 대해서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았으나 온라인에 대해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대비되는 과감한 투자인 셈이다.

●"문제는 네트워크야, 이 바보야!"

오바마 캠프 내의 악역을 담당한 것도 다름 아닌 BSD였다.

지난 여름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괴롭힌 것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라온 74초짜리 동영상이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을 토대로 애플 컴퓨터사가 만든 광고의 일부를 패러디한 이 동영상에서 힐러리는 소설속의 독재자 '빅 브라더'로 등장한 것이다.

이에 한 여성이 빅 브라더를 향해 망치를 던지고 순간 스크린에 섬광이 뿜어져 나오며 '민주당 대선 경선이 시작된다, 2008년 선거는 1984년과 다를 것이다'라는 메시지가 떠오른 것이다.

'안티 힐러리' 동영상으로 명명된 이 광고영상은 미국 누리꾼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오바마 의원을 극적으로 부각시켰다. 힐러리 진영은 오바마 진영의 전형적인 흠집 내기라고 비난했고, 오바마는 CNN 래리킹 라이브에 출연해 "나와 무관하다"고 해명까지 해야 했다.

이 동영상을 만든 사람이 오바마 내부진영이 아닌 BSD의 선거전략가인 필립 드 밸리스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BSD가 외부 선거기획사가 아니었더라면 오바마가 곤욕을 치렀을만한 대목이다.

이 회사의 실질적인 설립자이자 CTO로 활약 중인 프랭클린 핫지는 나이가 29살에 불과하다. 온라인 소액 정치자금 투자를 주도한 그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인터뷰에서 "어떤 측면에서 살펴봐도 이번 캠페인은 과거에 진행됐던 어떤 선거보다 압도적으로 거대한 규모로 진행됐다"고 자평한 적이 있다.

1992년 빌 클린턴의 첫 대선을 도왔던 선거전략가 제임스 카빌은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구호 하나로 조지 부시라는 거함을 격침시킬 수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제임스 카빌은 최근 다음과 같은 발언으로 오바마의 미 대통령 당선을 확신한 바 있다.

"올해의 문제는, 네트워크였어, 이 바보야!(This year, It was the network, stupid!)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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