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쇼 때 입은 저가 원피스, 서민 대통령 이미지 표현
‘패션으로 전하는 정치적 메시지?’
미국 사상 첫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킨 2008년 대선의 또 다른 화두는 ‘패션’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 미셸 여사는 수수하면서도 우아한 패션으로 ‘검은 재클린’(패션 아이콘이었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부인)으로 불렸고 그가 6월 ABC방송 토크쇼에 입고 나온 검은 무늬의 저가 원피스(148달러)는 방송 직후 불티나게 팔렸다.
서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남편의 공약은 물론 남편이 원하는 ‘검은 케네디’ 이미지와도 딱 맞아떨어지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옷들을 입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부인 신디 씨와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와도 자주 비교됐다.
당선이 확정된 4일 밤 남편과 함께 시카고 그랜트파크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할 때 입었던 오바마 여사의 옷차림도 또 다른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포쿠스는 6일 오바마 여사가 입은 검정과 빨강이 조합된 드레스에서 빨강은 정치적 좌파를, 검정은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을 상징한다고 해석했다. 두 딸도 이날 각각 검정과 빨강 드레스를 입고 나와 같은 상징성을 강조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탈리아 일간 라 스탐파도 “검정은 선거 전날 사망한 오바마 당선인의 외할머니를 추모하는 의미이며, 빨강은 열정을 상징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빨강 바탕에 검정 굵은 띠가 허리에 X자로 둘러져 있는 디자인을 선택한 이날 미셸 여사의 패션 감각에 대한 평가는 다소 냉혹했다.
“번쩍거리는 빨강 바탕의 디자인은 무척 산만했고 볼썽사나운 화산 용암 같았다.”(미술·문화 비평가 제프 웨인스타인 씨, 5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당선인의 고향 하와이 화산을 빗대며)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