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타임스 “화려한 꽃마차가 이미 호박으로”
일부선 공화 차세대 겨냥 상원의원 도전 점쳐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되면서 중앙정치 무대와 대선 판도를 뒤흔드는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던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가 5일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70일 만에 돌아온 자리는 과거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대선 기간 알래스카 주민들이 느낀 실망 탓에 한때 89%에 이르던 페일린 주지사에 대한 지지율이 64%까지 떨어지는 등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페일린 주지사 본인도 ‘과거의 페일린’과는 사뭇 달라진 상태. 일부 언론은 페일린 주지사가 대선 패배로 위기에 처한 공화당을 이끌 차세대 지도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상원의원 도전 가능성을 제기했다.
▽쓸쓸한 귀환=페일린 주지사는 5일 얼음이 꽁꽁 얼어붙은 앵커리지 공항을 통해 일상으로 복귀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부통령이 되기 위해 올랐던 화려한 꽃마차는 이미 호박으로 변했다”는 표현으로 페일린 주지사의 현 상황을 묘사했다.
9월 공화당 전당대회 수락 연설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일약 전국적 스타로 떠올랐던 페일린 주지사는 이후 몇 차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문서답을 하는 등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기 시작했다.
러닝메이트 지명 전까지 중도적이며 초당파적 개혁노선을 걸어 주민들의 박수를 받았던 페일린 주지사는 대선 과정에서 강한 당파성을 띠면서 정쟁의 첨병을 자임하는 태도로 일관해 지지자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알래스카의 지역 일간지 앵커리지데일리는 사설에서 “주지사로서 목표로 삼은 방향과 (부통령 후보로서) 전국적 야심을 품고 향하던 방향이 서로 달랐다”고 비판했다. 또 부통령 후보 검증 과정에서 주지사 재임 중의 인사전횡 의혹 등으로 도덕성에도 치명타를 입었다.
▽새로운 도전=페일린 주지사는 이날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이미지 탓에 주지사직 수행에 어려움이 많지 않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런 것이 바로 정치다. 사람들은 나처럼 얼굴이 두꺼워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언론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길을 걷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당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쓴 피켓을 들고 차기 대선을 의미하는 “2012년”을 외치는 지지자들에게 “알래스카 주지사로서 이번 선거운동에 나설 수 있게 한 신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페일린 주지사가 사분오열된 공화당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빌 웨일런 후버연구소 연구원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페일린 주지사를 겨냥해 “보수주의자들이 찾고 있는 ‘완벽한 이상형’ 여성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페일린 주지사의 상원의원 도전 가능성을 제기한 뒤 “알래스카 귀환은 부통령 후보라는 복장을 갈아입고 중앙 정치무대로 다시 나가기 위한 불가피한 절차”라며 “그가 상원의원에 도전한다면 알래스카 체류기간은 훨씬 짧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