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이 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 강연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안보 정책 등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美사회 통합 이룰 계기 마련”
李대통령 “긴급조치 취하면 美경제 회복 단축”
콜린 파월 前미국 국무장관 방한 특별강연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은 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임성준) 초청 강연에서 “버락 오바마 당선인은 한국 국민과 한국 정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청할 것”이라며 “때때로 한미 간에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지만 한국과 미국이 영원한 동맹이란 점은 불변의 진리”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대대장 등을 지낸 바 있는 파월 전 장관은 공화당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1기 행정부에서 3년 동안 국무장관을 지냈지만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다. 이 때문에 대표적인 ‘오바마콘(Obamacon)’ 인사로 불린다.
그 역시 흑인인 파월 전 장관은 “오바마가 당선됐을 때 저도, 제 아내도, 아이들도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케냐 출신 아버지를 둔, 하와이에서 태어나 인도네시아에서 교육을 받은 흑인이 대통령이 됐다”면서 “오바마의 당선에 미국인들이 기뻐하는 것은 ‘우리가 해냈다’는 사실, ‘이렇게까지 미국의 민주주의가 진보했구나’란 자부심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오바마의 당선으로 미국 사회가 다시 통합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바마 당선인이 승리한 것은 피부색 때문도 아니고 특이한 경력 때문도 아니었다”며 “오바마 당선인은 가장 뛰어난 인재들을 불러 모아 적절한 곳에 배치하고 전국적으로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선거를 치렀다. 이는 백악관 주인으로서 가장 필요한 능력이다”라고 말했다.
또 “나는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와는 25년 지기이지만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으로 더 적합하다는 개인적 판단을 내렸다. 매케인 후보는 선거운동을 치열하게 잘 이끌었고, 패배선언과 함께 아름답고 깨끗하게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파월 전 장관은 “오바마 당선인은 6자회담의 틀 안에서 핵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관계국과의 협력을 토대로 인내심을 갖고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나 핵 능력만 보유하고 있으면 세계에 자국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제거하고 한반도가 비핵화될 때만 전 세계가 북한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6자회담의 틀이 완벽한 시스템은 아니지만 핵 문제 해결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오바마 당선인은 인내심을 갖고 협의를 토대로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나는 수년에 걸친 타협과 대화 노력의 산물인 한미 FTA를 전폭 지지한다”면서도 “몇 달 내에 비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월 전 장관은 또 “오바마 당선인이 자동차 분야와 관련해 우려되는 점이 있다고 얘기했다”며 “미국 대통령으로서 미국이 겪고 있는 실업률 상승과 경기침체 문제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가 재협상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다만 “한미 FTA 협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지, 수정 통과될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오바마 당선인이 한국의 의견을 경청할 것이고 한국도 미국의 얘기를 경청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파월 전 장관은 강연을 마친 뒤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해 한미동맹 등 양국 현안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후보가 당선된 이후 몇 가지 긴급조치를 취하면 심리적 안정으로 미국경제의 회복 기간도 당초 예상보다 단축될 것”이라며 “(오바마 후보의 당선은) 미국이 새롭게 한 단계 변화 및 발전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