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태평양함대에 배치된 아쿨라급 핵추진 잠수함이 8일 시험 항해 도중 방화 장비가 고장 나는 사고가 발생해 최소 20명의 승조원이 숨지고 21명이 부상했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해군 고위 관계자는 이날 “사고가 난 잠수함이 연해주 기지로 돌아왔으며 탑승한 승조원 180여 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조사책임자는 “화학 약품을 자동으로 배출하는 방화 장치의 오작동으로 유출된 프레온가스에 중독돼 사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해군은 사고 잠수함의 이름과 작전 상황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통신에 따르면 사고 잠수함이 190MW 원자로로 가동되는 아쿨라급(러시아 명칭은 슈바B급) 잠수함 ‘K-152 네르파 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통신은 또 잠수함이 사고가 난 지 10시간 만에 기지로 복귀했다고 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잠수함은 러시아 군수업체가 올해 제작해 해군에 넘긴 것으로 잠수함이 기지로 돌아온 속도로 볼 때 동해에서 작전을 벌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러시아 군은 “잠수함 작전 해역에서 방사능 오염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군은 9일 방사능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반을 연해주로 보내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잠수함에 탑승했던 승조원은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병원과 군 병원에 분산 수용돼 방사능 피폭 여부를 조사받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아나톨리 세르듀코프 러시아 국방장관에게 사태를 즉각 수습하라고 명령했다.
아쿨라급은 러시아 태평양함대가 보유한 잠수함 중 가장 규모가 큰 공격용 잠수함으로 사거리 3000km의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지난해 러시아는 길이 110.3m의 아쿨라급 잠수함을 인도에 수출하면서 한 척에 7억8500만 달러를 받기도 했다.
이 잠수함은 소련 붕괴 전인 1984년부터 태평양 함대에 실전 배치됐으며 최근 러시아 군수업체들은 성능을 개선한 개량형 잠수함을 해군에 공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