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 20국(G20) 정상회의에서 당장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집착’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유럽연합(EU) 의장국으로서 EU를 대표하는 그가 신(新) 브레턴우즈 체제를 운운할 만큼 내용 있는 회의를 준비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10일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워싱턴 회의장을 떠나 (정상회의가 정식으로 끝나기 전이라도) 바로 귀국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클로드 게앙 대통령궁 비서실장도 이날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모호한 원칙적인 선언이나 하려고 워싱턴에 가는 게 아니다”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프랑스 출신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모든 것이 하룻밤 사이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브레턴우즈를 준비하는 데 10년이 걸렸으며 신브레턴우즈가 거론되고 있지만 우리는 새로운 국제협정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945년 브레턴우즈 회의에서 결정됐던 제안들은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미 재무부의 선임 국제이코노미스트인 해리 덱스터 화이트가 오랜 시간을 들여 마련한 것.
그러나 사르코지 대통령이 EU를 대표해 내놓을 제안이 누구의 도움을 받아 준비되고 있는지, 어떤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지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IMF의 기능을 강화하고 투기펀드와 조세회피지역 및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다소 상투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을 따름이다.
미국은 유럽의 문제제기에 동감하면서도 준비 없는 조급한 개혁은 꺼리는 입장이다.
백악관 데이너 페리노 대변인은 G20 회의 이후 100일 안에 구체적으로 세계 경제체제에 변화를 가져오겠다고 공언하는 유럽의 행보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