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씨가 총리가 된 계기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의 지지율이 떨어져 총선거에서의 패배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처럼 국민적 인기를 얻지 못한 후쿠다 씨는 2008년 7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의장을 맡았지만 그 뒤로도 지지율 저하가 이어졌다. 결국 후쿠다 씨는 인기가 있다고 여겨진 아소 씨에게 총리 자리를 넘겨주기 위해 사임했다.
그런데 아소 씨가 총리가 돼서도 자민당에 대한 지지는 회복되지 않았다. 취임 초기 내각지지율은 후쿠다 씨의 그것보다 더욱 낮았고 그 뒤로도 30%대를 오르내리며 점차 떨어지고 있다. 인기가 강점인 줄 알았던 아소 총리에게 인기가 없다는 사실이 확실해진 것이다.
아소 씨는 메리트가 거의 없다. 고이즈미 총리 아래서 이뤄진 마지막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연합이 중의원 의석의 3분의 2를 획득했지만 아소 씨가 다음 선거에서 그 의석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3분의 2라는 숫자에는 큰 의미가 있다.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패배해 중의원은 여당, 참의원은 야당이 장악한 ‘뒤틀린 국회’가 출현했다. 중의원에서 여당이 3분의 2 의석을 확보하는 한 야당이 지배하는 참의원이 어떤 결정을 하건 여당은 그것을 뒤집을 수 있지만 3분의 2를 지키지 못하면 이는 불가능해진다.
야당연합은 참의원을 통해 정부의 거의 모든 결정을 거부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점에서 아소 총리가 선거를 미루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결정임을 알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선거를 거부할까. 야당만이 아니고 연립여당도 총선거용으로 아소 총리의 등장을 인정한 판이니 해산을 거부하면 여권에서도 반발이 강해진다.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 해체로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는 궁지에 빠진 아소 씨에게 훌륭한 찬스였다. 금융위기를 이유로 총선거를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래 적극 재정론자로 정부재정 개혁보다 경기대책이 중요하다고 주장해 온 아소 씨는 경기대책 쪽이 우선순위가 높다고 호소하며 총선거를 연기해버렸다. 금융위기가 계속되는 한 자신도 총리로 남을 수 있다. 경제위기를 기뻐하는 듯한 총리가 이렇게 해서 생겨났다.
그러나 아소 씨의 전략에는 근본적 오해가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30년 전 석유위기에 필적하는 규모로서 단기에 타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소 총리가 아무리 경제정책에 힘을 쏟아도 중의원 임기가 끝나는 2009년 가을 이전에 경기가 호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아소 총리는 경기대책에 막대한 예산을 쏟고도 성과는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선거에 나서야 한다.
지금 선거를 한다 해도 자민당이 이길 수 없는 건 자명하다. 그러나 선거를 늦출수록 자민당 패배의 규모는 커진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정권을 쥘 가능성도 높아진다. 즉 총선거를 늦춤으로써 아소 총리는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는 것이다.
총리를 계속하면 할수록 자민당 정치의 종말이 확실해진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아소 씨가 그 위기를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 위기가 누가 보기에도 명확해졌을 때에야 아소 씨는 두 전임자에 이어 정권을 내던지게 될 것이다.
후지와라 기이치 도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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