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윤리-보수가치 회복 과제”

  • 입력 2008년 11월 14일 03시 00분


■ 주지사들 자기반성… 당 진로 모색 모임

“젊은층 -흑인은 물론 중산층에서도 외면”

차기주자들 “에너지-환경문제 집중해야”

대선 참패, 상원 최소 6석 및 하원 20석 상실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공화당이 재기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공화당 출신 주지사들은 12일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모여 공화당의 패배 원인과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당의 진로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의 목소리에서는 절절한 자기반성의 목소리가 묻어났고 ‘이대로는 안 된다’는 강한 위기의식이 배어 있었다.

하지만 일부 차기주자로 거론되는 신성(新星)들은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당을 위기에서 구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러닝메이트 최종 후보 중 한 명이었던 팀 폴렌티 미네소타 주지사는 “현재 공화당의 모습은 수권정당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뉴잉글랜드 지역과 서해안 지역에서 맥을 못 추고, 5대호 연안 지역 역시 경쟁력을 상실한 데다 뉴저지 뉴욕 펜실베이니아 주 등 ‘미드 애틀랜틱’ 지역마저 지지기반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다수당을 지향하는 것은 백일몽”이라고 말했다.

데이브 하인먼 네브래스카 주지사는 테드 스티븐스 알래스카 상원의원의 독직사건을 거론하며 “부패를 저지르고 변명을 늘어놓는 태도는 옳지 않다”며 “스티븐스 의원은 오늘이라도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케인 상원의원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멕 휘트먼 전 이베이 최고경영자는 “공화당의 시장점유율 하락은 정말 걱정스러울 정도”라며 “젊은층과 흑인, 중남미계의 이탈은 물론 여성과 중산층 이상의 미국인이 공화당을 외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37세의 최연소 공화당 주지사로 당내에서는 ‘떠오르는 별’로 불리는 보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미국의 꿈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도계 미국인인 진달 주지사는 “민주당이 미국인들이 바라는 욕구에 부응했기에 ‘압승’을 거뒀듯이 우리는 윤리를 회복하고 전통적인 공화당의 보수적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존 헌츠먼 유타 주지사도 “해법은 작은 정부와 감세”라며 “교육과 에너지문제, 환경, 의료보험 등 유권자들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일리 바버 미시시피 주지사는 희망을 말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 당이 3기를 집권한 건 딱 한 번밖에 없었고 경제위기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인기 하락을 감안하면 이번 대선은 나름대로 선전한 셈”이라며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당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보란 듯이 부활했다”고 말했다.

관심의 초점인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는 13일에 연설을 한다.

앞서 그는 12일 기자들에게 “2012년 대선에서 여성이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고 말해 대권 도전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한편 공화당의 정치적 패배에도 불구하고 최소 6개 출판사가 페일린 자서전에 경쟁적으로 입찰 중이며 몇몇 출판사는 700만 달러의 원고료를 제시하는 등 출판계에는 여전히 ‘페일린 열풍’이 불고 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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