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車시장도 급브레이크

  • 입력 2008년 11월 15일 02시 58분


최근 영국 런던의 최대 중고차 회사 ‘카자이언트’(왼쪽)와 체코 프라하의 중고차 회사 ‘AAA오토그룹’ 매장에 고객이 거의 찾지 않아 분위기가 썰렁하다. 런던의 중고차 시장에 전시된 자동차 앞유리에는 ‘가격 할인’을 알리는 딱지가 많이 붙었다. 런던·프라하=조은아 기자
최근 영국 런던의 최대 중고차 회사 ‘카자이언트’(왼쪽)와 체코 프라하의 중고차 회사 ‘AAA오토그룹’ 매장에 고객이 거의 찾지 않아 분위기가 썰렁하다. 런던의 중고차 시장에 전시된 자동차 앞유리에는 ‘가격 할인’을 알리는 딱지가 많이 붙었다. 런던·프라하=조은아 기자
체코 프라하 - 영국 런던 현지 르포

“중고차도 안 팔린다”… 내년 대량해고 우려

‘위기는 기회’ 현대-기아車공격마케팅 시동

“미국발(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경기 침체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동유럽에 상륙하고 있습니다.”

체코 프라하의 대형 중고차매매기업인 ‘AAA오토그룹’ 본사. 이 회사 대변인 밀란 슈무트니 씨는 최근 취재를 위해 방문한 동아일보 기자에게 “체코를 비롯한 동유럽 자동차 시장 전체가 본격적인 침체기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동유럽 자동차시장은 중국 러시아와 함께 무섭게 성장하는 신흥시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약 2000대의 중고차가 늘어선 이 회사의 전시장은 고객을 찾기 힘들 정도로 썰렁했다.

AAA오토는 동유럽 최대의 중고차 판매회사로 체코에서 문을 열어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등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일부 신차(新車)도 판매하고 있다.

○ 동유럽마저 車산업 흔들

슈무트니 씨는 “최근 상황을 볼 때 동유럽 자동차 시장은 향후 2, 3년간 매우 힘들 것”이라며 “중고차의 판매가 저조하면 신차 판매는 더욱 고통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1∼9월 AAA오토의 동유럽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감소한 5만40대다. 국가별로는 헝가리가 1.4% 증가했을 뿐 체코 20.1%, 루마니아 39.7%, 폴란드 34.2%가 각각 줄었다.

동유럽 자동차시장이 산업 전체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체코만 해도 자동차산업이 국가 전체 산업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고 현지 자동차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자동차산업의 대부분은 영세한 부품회사여서 침체에 따른 타격으로 도산하는 회사들도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있었다.

안토닌 시페크 체코자동차산업협회장은 “침체가 장기화되면 최악의 경우 내년 상반기(1∼6월)에 최대 1만 명가량이 해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서유럽의 침체가 치명적 영향

시페크 회장은 동유럽 자동차시장 침체의 원인을 서유럽시장에서 찾았다. 체코의 자동차 부품회사들은 생산량의 85%가량을 서유럽을 중심으로 해외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유럽 자동차시장의 침체는 실제로 골이 깊었다. 9월 영국의 신규 승용차 등록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1.2%나 감소했다.

영국 런던의 최대 중고차회사 ‘카자이언트’ 본사에선 ‘가격 할인’, ‘매니저가 추천하는 할인차’라고 적힌 딱지가 덕지덕지 붙은 차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고객인 랍 워비 씨는 “영국 중고차 가격은 1년 전부터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며 “1년 전 ‘푸조 307’ 신차 가격이 1만4000파운드(약 2898만 원)였는데 요즘은 6000파운드만 줘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침체 속에서도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은 동유럽에서 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장기전(長期戰)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체코에선 현대·기아자동차가 주목받고 있다.

이달 초부터 현대차 체코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저렴한 가격과 5년의 무상서비스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동유럽권의 영업을 강화하고 체코 축구국가대표팀을 후원하는 등 마케팅을 강화해 올해 말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위기 때 마케팅을 강화하면 다른 때보다 시장점유율을 쉽게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라하·런던=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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