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도 만나 국정조언 구할 듯
#사례 1
에이브러햄 링컨은 당내 경선 라이벌이었던 헨리 수어드를 국무장관에 임명했다. 두 번째 국무장관으론 자신을 ‘팔 긴 원숭이’라고 모욕했던 민주당원 에드윈 스탠턴을 기용했다. 재무장관을 포함해 각료 중 상당수가 그의 경쟁자나 비판자들이었다.
#사례 2
리처드 닉슨은 “‘예스 맨’으로 구성된 정부를 원치 않는다”고 강조하곤 했다. 하지만 어느 날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건설에 이견을 피력해온 내무장관 월터 히켈이 자리를 내놓을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히자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며 “왜 우리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지”라며 반색했고, 1주일 후 실제로 해임했다. 그에게 반대자는 적이었다.
(마이클 넬슨의 ‘대통령직으로의 안내’)
‘초당적 국정 운영’을 강조해온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 조각 구상이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그가 ‘적을 끌어안는 링컨식 리더십’을 발휘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바마 당선인은 13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비공개로 만났다. 캠프 내 일부에선 국무장관 후보군의 한 명으로 힐러리 의원을 거론한다.
하지만 경선 때 ‘새벽 3시의 백악관 비상전화’ TV 광고를 비롯해 자신의 외교안보 경험 부족을 노골적으로 헐뜯었던 힐러리 의원에게 외교 지휘봉을 준다는 건 인간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는 17일엔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만나 충고를 들을 예정이다.
그가 당내 경선 당시 자신에 대해 “직무훈련이 필요하다” “정확히 발음하고 청결한 최초의 주류 흑인이 탄생했다.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얘기다”라고 이야기했던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을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정한 것도 경쟁자를 포용하는 그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는 16일 “링컨 관련 저서를 읽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으며, 앞서 5월에도 “한때 적이었던 사람들을 끌어안은 링컨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링컨 리더십을 연구해온 도리스 굿윈 씨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는 링컨이 그러했듯 경쟁자들로 이뤄진 팀을 꾸려갈 수 있을 만큼 내적으로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