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헌군주국가인 영국에서 국왕은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안에 대해서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그런데 찰스 왕세자가 왕위에 오르면 ‘침묵하는 국왕’의 전통이 깨질 수도 있다고 영국 더 타임스의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최근 60회 생일을 맞이한 찰스 왕세자는 절친한 친구들에게 왕이 되면 그동안 축적해온 지식과 경험을 살려 국왕의 역할을 발전시키고 싶다고 밝혔다는 것. 세 살 때 왕위 계승권자로 지명된 그는 기후변화를 비롯해 교육 건축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거침없이 얘기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찰스 왕세자의 친구이자 전기작가인 조너선 딤블비 씨는 “차기 국왕의 역할을 재정립해서 국왕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밝힐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총리나 추밀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하는 전통을 충실히 따라왔다.
찰스 왕세자 측은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국민에게 자유롭게 밝히고 있는 독일과 아일랜드 대통령 역할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할 말은 하는 군주’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적극적인 군주상을 바라는 사람들은 침묵하는 전통을 고수하면 찰스 왕세자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사장시키게 될 것이라고 비판한다. 반면 일부 의원은 국왕이 현안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하면 결국 군주제 자체가 불명예스럽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선데이타임스는 최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군주가 정치적인 논란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영국인이 49%로 반대 의견(38%)보다 많았다고 전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