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계에서 사상 처음으로 주요 정당 당수에 선출된 터키계 정치인이 ‘독일판 오바마’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
독일 녹색당의 터키계 쳄 외즈데미르(43) 유럽의회 의원은 15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남녀 공동 당수 중 남자 당수로 뽑혔다.
독일 최대 소수인종인 터키계가 독일 정계에서 이만 한 고위직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독일 의회에 진출한 터키계는 현재 그를 포함해 6명에 불과하다.
터키계 이민 2세로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외즈데미르 의원은 이날 당선 후 연설에서 “뒤처지는 사람이 없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선조가 카자흐스탄 출신이든, 아나톨리아 출신(터키계를 지칭)이든, 아니면 9세기 토이토부르크 숲 전투에서 3개 로마군단을 물리친 게르만인이든 모든 사람은 똑같이 고귀하다”고 강조해 박수를 받았다.
그는 독일 국적 취득 2년 후인 1994년 터키계로는 처음으로 연방하원 의원에 당선됐고 사민당과 녹색당 연정 때인 1998∼2002년 녹색당의 국내 분야 의회대변인으로 활약했으며 2004년에는 유럽의회 의원으로 선출돼 외교 전문가로도 인정받았다.
독일 전체 인구의 3.3%인 약 270만 명의 터키인은 대부분 1960년대 ‘라인강의 기적’으로 불린 경제 호황기에 이민 온 노동자와 그 자녀로 상당수가 독일 사회에 융합되지 않고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다.
외즈데미르 의원의 경력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비슷한 점이 많아 지지자들은 오바마 당선인 선거구호였던 ‘Yes we can’과 그의 이름 ‘cem’을 합쳐 ‘Yes we cem’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그는 또 오바마 당선인처럼 실용주의 노선을 취하고 있고 아웃사이더로서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을 펴내기도 했다.
녹색당은 지지도에서 자민당(FDP)와 좌파당에 뒤처져 있지만 잠재적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내년 총선에서 기민당(CDU)이나 사민당(SPD)이 모두 독자적으로 정부를 구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CDU나 SPD가 모두 녹색당에 연정을 제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1998년부터 2005년까지 SPD와 ‘적-록 연정’을 구성했던 녹색당은 당수였던 요슈카 피셔가 외교장관으로 큰 활약을 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