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악화로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 오히려 호황을 누리는 산업도 적지 않다. 일본인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오히려 장사진을 이루는 분야가 생겨나고 있는 것.
전국적 대형양판점인 이토요카도는 14일 사이타마(埼玉) 현 가와구치(川口) 시에 할인매장 ‘더 프라이스’를 열었다. 68엔짜리 양배추나 19엔짜리 감자 등을 사기 위해 수백 명이 개점시간인 오전 10시 이전부터 줄을 선다. 남는 공간에는 ‘100엔 숍’이 들어서 있다. 매장 측은 상품 종류나 광고비, 실내장식 비용 등을 줄여 일반 슈퍼보다 평균 10∼30% 싸게 판매한다. 특히 인기를 끄는 품목은 너무 크거나 작아 겉보기에는 표준에서 벗어나지만 품질은 확실한 야채나 생선류. 산지에서 직접 구입해 반값에 보급한다.
중고 상품에도 관심이 쏠린다. 가전양판점인 소프맵은 기존 양판점인 ‘빅 카메라’에 중고 PC를 사고파는 센터를 개설했다. 신품의 판매가 저조한 가운데 1년 정도 사용한 새것 같은 중고 컴퓨터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오래 사용해 때가 찌들고 후줄근해진 구두 가방 양복을 고치는 수선점, 자전거 수리점에도 고객이 몰리고 있다. 전국에 매장을 낸 구두 수리·클리닝 전문점 ‘시즌’은 구두를 통째로 세탁해 새것 같은 질감을 살려주는 서비스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일본 내각부는 17일 올해 3분기(7∼9월)의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4∼6월)보다 0.1% 줄어 연율로는 0.4%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일본 경제가 후퇴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 경제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은 미국의 정보기술(IT) 거품 붕괴 영향으로 2001년 2분기부터 4분기(10∼12월)까지 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래 7년 만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