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이 31만8000t급 초대형 유조선(길이 330m)을 케냐 인근 해상에서 납치했다고 AP통신 등이 17일 보도했다. 납치된 유조선은 지금까지 소말리아 해적이 납치한 선박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번 사건은 특히 미국 러시아 등이 최근 소말리아 연안에 전함을 보내는 등 해적 소탕을 위한 공조가 본격화한 시점에서 발생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한층 깊어지고 있다.
○ 납치 상황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유조선 ‘시리우스 스타’는 15일 오전 10시경 케냐의 항구도시인 몸바사에서 동남쪽으로 830km 떨어진 인도양 해상에서 납치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해적들은 이 배를 본거지인 소말리아 북부 에일 지역으로 끌고 갔다.
시리우스 스타에는 영국, 크로아티아, 사우디 등의 선원 25명이 타고 있고 원유 200만 배럴(1억 달러·약 1438억 원어치)이 실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적들은 원유를 정제하거나 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선원들의 몸값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외교장관인 사우드 알 파이살 왕자는 17일 “해적은 테러처럼 ‘질병’과 같은 존재다. 해적과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납치된 유조선의 선주 회사도 선원들의 석방을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이와 관련해 “초계임무 관할구역 밖에서 납치된 선박을 구출하는 것은 나토 소속 함정에 부여된 임무가 아니다”라며 “사우디 유조선 구출작전을 펼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 활동 범위 넓히는 해적
전문가들은 시리우스 스타가 해안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을 항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선원들이 안전에 소홀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소형 모터보트를 이용하는 해적들이 갑판까지의 높이만 10m가 넘는 선박에 침입하기가 어려워 방심한 것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
목격자들은 모터보트 2대가 유조선에 접근하자마자 20여 명의 해적이 사다리용 밧줄을 유조선 갑판에 건 뒤 순식간에 밧줄을 타고 올라갔다고 전했다.
국제해사국(IMB) 해적센터에 따르면 9월 말까지 세계에서 발생한 199건의 해적 사건 가운데 86건이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발생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