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뒤 석달 매출이 4월 한달만도 못해”
■ 불황 中전자상가 르포
20일 오전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北京) 중관춘(中關村)의 하이룽다사(海龍大厦) 전자상가.
입구에 들어서자 나란히 늘어선 카메라 판매점의 종업원들이 통로 양측에 늘어서서 일제히 호객행위를 했다. 1∼6층 전자제품 상가와 7층 식당가까지 대부분 종업원들만 북적일 뿐 고객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손에는 제품을 소개하는 전단지가 가득 쌓였다.
정보기술(IT)의 중심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중관춘의 불황은 중국과 홍콩 등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 대상이 되고 있다.
홍콩 원후이(文匯)보는 20일 “평소 같으면 발 디딜 틈 없는 전자상가 밀집지역인 중관춘이 텅 비어 버렸다”고 전했다.
하이룽다사 1층에서 카메라를 파는 샤오후(小胡) 씨는 “과거에는 한 대에 100위안 이상 이윤이 남지 않으면 팔지 않았으나 지금은 50위안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털어놨다.
파즈(法制)만보에 따르면 하이룽다사 옆 ‘중관춘 e세계’ 전자상가의 한 점포 직원은 “하루 순익이 과거 300∼400위안(6만∼8만 원)에서 30∼40위안으로 줄었고 심지어 한 대도 팔지 못하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매년 11월은 전자상가의 비수기이긴 하지만 중관춘의 비수기가 올해는 예년에 비해 한두 달 빨리 시작된 데다 고객도 예년에 비해 30∼40% 줄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전자상가 딩하오다사(鼎好大厦)에는 많은 점포에 다른 임차인을 구한다는 안내판이 걸려 있을 정도.
이 전자상가의 디지털기기 점포 사장 웨이싱쥔(韋興軍) 씨는 “올림픽 이후 3개월 매출이 4월 한 달 매출보다 못하다”며 “이윤을 거의 남기지 않고 팔아도 매출이 10∼15%씩 줄고 있어 1년 임차료가 17만 위안인데 내년에도 장사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하이룽다사 컴퓨터 판매점 관계자는 “컴퓨터 등 전자제품은 생활필수품과 달리 여유가 있어야 신제품으로 교체하거나 기종을 업그레이드하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의 영향을 더 받는다”고 말했다.
중국의 IT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이곳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도 요즘 불황을 맞아 연구개발 인력을 줄이고 있는 추세. 신제품을 개발해도 판매가 예년 같지 않아 시장에 내놓는 시기를 미루는 업체도 적지 않다.
루루이칭(魯瑞淸) 중관춘전자상품무역상회 회장은 “중관춘의 불황은 중국 전자상품 소비의 부진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소비 증진을 위한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근로자가 2000만 명을 넘어 중국 제조업을 대표하는 업종 중 하나인 방직업이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1∼10월 방직업 수출 성장률이 8.6%로 지난해에 비해 15.0%포인트나 떨어졌다.
특히 중국 내 4만6000여 방직기업 중 3분의 2가 평균 이익률이 0.1%에 불과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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