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자살을 시도하는 동안 이를 지켜보던 누리꾼들은 "그 정도 갖고 죽을 수 있겠느냐"며 자살을 부추긴 것으로 드러났다.
CNN은 21일 인터넷 판에 기사와 동영상으로 제작된 이 같은 내용을 전하고 "인터넷이 즐거운 공간이 될 수도 있지만 이처럼 암울한 장소가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이 10대는 19일(현지시각) 오후 3시 반경 플로리다의 한 아파트에서 발견됐으며 사인은 항 우울제 과다 복용인 것으로 밝혀졌다.
소년의 사체가 발견됐을 당시 웹캠은 여전히 켜진 상태였으며, 잠긴 문을 부수고 들어간 경찰이 웹캠 스위치를 껐다.
경찰이 소년의 컴퓨터를 조사한 결과 웹캠을 통해 소년의 모습이 인터넷에 공개되는 동안 소년이 약을 먹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19일 오전 3, 4시경 자신의 블로그에 자신이 약을 과다 복용했다고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소년이 자신의 자살 모습을 방송하기 위해 사용한 서비스는 '저스틴.TV'(Justin.tv). 이 사이트를 이용하면 누리꾼은 웹캠을 이용해 여러 누리꾼들에게 원하는 화면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전송할 수 있으며 함께 채팅도 나눌 수 있다.
소년은 자신이 약을 먹었다고 밝힌 뒤 침대에 가서 누웠으며 이 모습은 웹캠을 통해 생생히 중계됐다.
경찰이 소년이 침대에 누운 뒤 약 10시간 동안 다른 누리꾼들이 올린 채팅 내용을 조사한 결과 누리꾼들은 "죽으려면 약을 좀 더 먹어야 할 텐데…", "말로만 하지 말고 어서 가서 죽어봐" 라는 등의 글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는 소년이 실제로 자살을 시도할 것으로 믿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오전 11시경 방송을 지켜보던 일부 누리꾼들이 걱정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 누리꾼들이 남긴 글에는 "움직임이 전혀 없다" "숨도 안 쉰다"는 등의 내용이 남아 있었다.
이중 한 누리꾼이 사이트 운영업체에 연락해 소년의 연락처를 문의한 뒤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이클 시벨 저스틴.TV 대표는 "이 같은 일이 일어나서 유감"이라며 "방송을 한 소년과 가족의 프라이버시가 보호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현지 병원 응급의들은 "누리꾼들이 소년이 약을 먹었다는 의사 표시를 했을 당시 바로 경찰에 신고했으면 위세척을 통해 소년을 살릴 수도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소년의 부친은 "아들이 힘들어할 때 다른 사람들이 구원의 손길을 뻗어 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다른 사람들이 죽어가는 아들의 모습을 그저 보고만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