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은 21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재무장관으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2인자인 가이트너 총재를 지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월가에서는 “탁월한 선택”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뤘다.
CNBC가 이 소식을 처음 보도하자 뉴욕 증시에선 이틀 연속 폭락세를 보이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장 마감 직전 30분 동안 500포인트 정도 폭등하며 단숨에 8,000 선을 회복했다.
○ 차기 재무장관 가이트너는…
금융위기 대책 주도… 현장경험 풍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때도 중요 역할
올해 47세로 오바마 당선인과 동갑내기인 가이트너 총재는 최근 수차례의 금융위기 현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로버트 루빈,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 밑에서 멕시코와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소방수 역할을 했다.
최근에도 헨리 폴슨 재무장관, 벤 버냉키 FRB 의장 등과 함께 금융위기 대책을 주도했다. 올해 3월 JP모간체이스가 파산 위기에 처한 베어스턴스를 인수하는 데 중재자 역할을 한 데 이어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과 AIG 구제를 주도했다.
태국 방콕 국제고교를 졸업한 그는 아이비리그(동부 8개 명문사립대)인 다트머스대에서 아시아학 학사학위를, 존스홉킨스대에서 국제경제학과 동아시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일본어와 중국어도 구사하는 ‘아시아통’으로, 최근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도록 방치해 금융위기 악화를 가져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상무장관에는 히스패닉 출신으로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진영으로부터 ‘배신자’라는 비판을 감수하고 일찌감치 오바마 당선인 지지를 선언했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로 정리됐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그동안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북한 영내에 추락한 헬기조종사 인도 협상에 참여하는 등 수차례 방북한 바 있다.
재무장관을 놓고 경합을 벌였던 서머스 전 장관은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 위원장을 맡아 일단 경제정책 보좌팀을 이끈다. 뉴욕타임스는 2010년 1월 임기를 마치는 버냉키 FRB 의장의 후임으로 서머스 전 장관이 이동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제이슨 퍼먼(38), 오스턴 굴스비(39), 피터 오어스재그(39) 씨 등 30대의 젊은 경제전문가들이 백악관 경제보좌관과 연방예산국장으로 내정돼 경제팀의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 30대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에 ▼
WP “오바마 생각 완전 이해… ‘버락 위스퍼러’ 별명”
백악관 대변인으로 내정된 로버트 기브스(37·사진) 씨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정치적 동지인 ‘시카고 사단’ 출신.
뉴욕타임스는 23일 기브스 수석언론보좌관에 대해 “불같은 그의 성격이 오바마 당선인의 차분한 스타일과는 대비되지만 당선인과 특별히 가까운 사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부인과의 저녁 데이트에 나설 때 오바마 부부의 집에 아들(5)을 맡기곤 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그는 오바마 캠프 내에선 당선인의 생각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해서 ‘버락 위스퍼러’로 불린다. 영혼과 대화할 수 있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미국 드라마 ‘고스트 위스퍼러’에서 따온 별명이다.
앨라배마 주 출신인 그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2003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존 케리의 대변인으로 일했던 그는 데이비드 액설로드 수석전략가의 소개로 2004년부터 오바마 당선인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신참 상원의원 오바마를 전국적 인물로 업그레이드시킨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오바마 당선인은 한 인터뷰에서 “기브스야말로 쏟아지는 적의 포화를 피해 함께 숨고 싶은 사람이자 내게 쓴소리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