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아웃소싱-기술이전이 부메랑 됐다”

  • 입력 2008년 11월 26일 03시 03분


미국 기업의 아웃소싱과 기술이전이 결과적으로 성장동력을 훼손했다고 시사주간 비즈니스위크가 24일 전했다.

핵심역량이 아니면 외부에서 조달한다는 개념인 ‘아웃소싱’은 기업의 경영혁신 기법으로 각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으로 통했다. 하지만 미국 기업들이 미래를 보는 안목을 가지고 아웃소싱을 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1954년 미국 암펙스 사가 개발한 VCR(비디오카세트리코더)는 소리뿐 아니라 영상까지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세상을 놀라게 한 획기적 신제품이었다. 당시 암펙스는 생산의 대부분을 소니 등 일본 업체에 맡겼다. 소니는 1960년대 기술 상호교환 등을 통해 부피가 큰 암펙스 제품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1963년 마침내 미국시장으로 진출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1970년대 이후 일본 업체들이 미국의 가전과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다고 이 잡지는 설명했다.

휴대전화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같은 형태의 휴대전화는 1983년 모토로라가 처음 개발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인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핵심부품의 상당수는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국가가 주로 생산하고 있다. 최초 개발은 미국 기업이 했지만, 단기적 비용 절감을 노린 아웃소싱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미국은 아시아 기업의 ‘소비시장’으로 전락해버렸다는 것.

‘수익성이 떨어지는 제조업 부문은 팔고, 새로운 사업영역에 집중한다’는 미국 기업들의 매각 전략도 제조업에서 미국이 선두주자의 자리를 내준 이유로 꼽힌다.

IBM이 개인용컴퓨터(PC)사업을 매각한 것이 이런 예다. 컴퓨터 분야에서 핵심역량을 가지고 있던 IBM이 컨설팅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한다는 전략에 따라 2004년 중국의 레노보에 17억 달러를 받고 팔아 결과적으로 미국 PC시장이 아시아 업체들의 각축장으로 변했다. 제니스, 매그너복스, 실베니아와 폴라로이드 같은 가전업체가 미국 내에서 사실상 사라진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 잡지는 무분별한 기술이전과 아웃소싱이 미국 내 기술 축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자동차와 항공산업도 아시아 국가들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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