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미국 행정부의 경제팀 인선을 마무리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초대형 경기부양책의 조기 실행을 약속하며 경제위기 수습의 전면에 나섰다.
민주당도 내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 즉시 경기부양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이번 주 안에 7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담은 법안을 마련해 내년 초 열릴 새 의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초대형 부양책 예고=오바마 당선인은 24일 시카고에서 당선 후 두 번째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경제는 지금 악순환의 덫에 빠져 있다”며 “경제위기 해결에 1분도 허비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부양책 규모에 대해 “경제에 전기 충격을 줄 만큼 아주 커야 하며,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바마 당선인은 “위기를 없애는 데 지름길이나 응급 처방은 없다. 경제가 좋아지기 전에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완전한 경제 회복은 곧바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당선인의 적극적인 행보에 맞춰 핵심 참모들이 이미 조지 W 부시 행정부 측과 씨티그룹 구제 계획을 비롯한 위기대응 방안을 놓고 긴밀한 협의에 나섰다고 전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25일에도 기자회견을 하고 “내년도 실질적 재정적자가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가장 먼저 경제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8 회계연도 재정적자가 사상 최고치인 4550억 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내년도 적자 규모는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친(親)시장적’ 경제팀 확정=오바마 당선인은 이날 재무장관에 티머시 가이트너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 대통령 직속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들 투 톱은 ‘루빈 사단’으로 불린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9년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은 자신의 후임으로 서머스를 추천했고, 가이트너 역시 루빈 밑에서 재무부 업무를 익혔다. 루빈의 경제노선은 재정수지 균형과 규제완화, 자유무역 등을 강조해 공화당의 경제 논리와도 맥이 닿아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경제위기로 이 같은 ‘루비노믹스’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재정적자는 커질 수밖에 없고, 금융위기 원인이 됐던 월가의 탐욕을 제어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규제 도입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한편 오바마 당선인은 또 ‘경제 교사’ 격인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에 크리스티나 로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지명했다. 로머 교수는 대공황을 연구한 학자다.
백악관 정책위원회 위원장에는 흑인 여성인 멜로디 반스 전 미국진보센터(CAP) 정책팀장이 지명됐다. 이런 경제팀 진용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친시장적 경제팀’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