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경제살릴 구조대가 가고있다”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2시 59분


오바마, 백악관 경제회복 자문위 신설

의장에 볼커, 사무국장엔 굴스비 내정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6일 ‘새로운 사고와 폭넓은 아이디어 수렴’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백악관에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당선인은 ERAB 의장에 폴 볼커(81)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사무국장에는 경제분야 핵심 참모인 오스턴 굴스비(39)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를 내정했다.

재계 노동계 학계 등 다양한 분야의 지도자로 구성될 ERAB는 폭넓은 여론과 아이디어를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자문에 응하는 역할을 맡는다.

오바마 당선인은 이날 사흘째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구조대가 가고 있다(Help is on the way)”고 강조하면서 시장을 안심시키려는 메시지를 거듭 보냈다.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건강보험, 에너지 문제 등 해묵은 과제가 거의 진전이 없는 상황에 대해 “대담하고 명확하며 단호한 자세를 보이지 못하는 워싱턴의 무능력에 절망을 느낀다”며 “낡은 사고와 행동으로는 경제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진보파 일각에서 ‘빌 클린턴 행정부 출신을 요직에 기용함으로써 변화의 기치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 “최대의 위기 시점에 행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없는 인물을 재무장관 등에 내정했다면 국민이 굉장히 불편해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볼커 전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극심했던 1979년 뉴욕연방은행 총재로 재직하다 지미 카터 행정부에 의해 FRB 의장에 임명된 뒤 강력한 인플레 억제 정책을 펼쳐 경제계에서 ‘인플레 파이터’로 불린다.

그는 혹독한 고금리 정책으로 인플레를 잡아 이후 미국 경제가 장기 호황을 구가하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독일 출신의 경제학자 헨리 카프만 씨는 “20세기에 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중앙은행장”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오바마 노믹스’의 설계자로 불리는 굴스비 교수는 2004년 오바마 당선인이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때부터 핵심 경제참모 역할을 맡았으며 이번 대선 기간에는 TV에 직접 출연해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의 경제정책을 공박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로버트 루빈(전 재무장관) 사단의 일원으로 자유무역과 균형예산을 중시하는 중도 성향의 경제학자지만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정통 시카고학파에 비해 정부의 능동적 시장개입이 때로는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견해를 보여 왔다.

그는 경선 당시 캐나다영사관 관계자에게 “오바마 후보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비판하는 것은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차원”이라고 말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을 빚기도 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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