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비명과 총 소리,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도시를 뒤덮었다. 총에 맞은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쓰러졌고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울부짖으며 맨발로 거리를 뛰어다녔다. 불과 몇 분 만이었다.”(인도 일간지 익스프레스 인디아 보도)
26일 밤 인도 뭄바이 시내 곳곳에서 발생한 테러는 인도 경제 발전의 상징인 뭄바이를 한순간에 생지옥 같은 전쟁터로 바꿔 놓았다. AP통신과 CNN 등 외신들은 테러현장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생존자들이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충격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빛나는 인도의 보석’에서 ‘피바다’로=테러범들은 이날 밤 9시 반 이후 2시간가량에 걸쳐 뭄바이 번화가의 호텔과 공항, 병원, 기차역, 식당, 영화관 등에서 잇달아 총격과 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차트라파티 시바지 기차역을 찾았던 나심 이남 씨는 “검은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의 젊은 남자 4명이 실탄이 가득 들어 있는 가방을 어깨에 멘 채 사람들에게 총을 난사한 뒤 도망쳤다”고 전했다.
테러범 중 일부는 빼앗은 경찰차를 타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해 시내 전체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매니시 트리파티 씨는 “순식간에 사람들의 비명이 사방에서 들려왔고 세상은 피바다로 변했다. 손가락, 다리, 어깨, 손 등에 총을 맞은 사람들의 비명이 아직도 귀에 들리는 것 같다”며 몸서리쳤다. 오베로이 호텔에서 식사를 하다가 공격을 받았던 영국인 알렉스 체임벌린 씨는 “힌두어와 우르두어를 쓰는 테러범들은 특히 영국과 미국 여권을 소지한 사람을 색출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테러공격을 당한 호텔, 식당 등은 불길과 연기에 휩싸였다.
AP통신은 “테러범들을 피해 밖으로 탈출한 사람들은 손에 물병과 가방을 든 채 울부짖으며 서로를 껴안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익스프레스 인디아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유명 식당 레오폴드 카페에도 한 남자가 들어와 ‘미친 듯이’ 총을 쐈다”고 전했다. 20대 초반의 앳된 모습의 테러범들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총을 난사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는 증언도 잇따랐다.
▽테러범들 인질 잡고 경찰과 대치=인도 정부는 27일 군인과 경찰을 투입해 테러범 진압에 나서는 한편 테러 현장에서 부상자와 생존자들을 구조하는 데 주력했다.
인질이 잡혀 있던 타지마할 호텔과 오베로이 호텔 등 2곳 중 타지마할 호텔은 군경에 의해 진압됐다고 인도 최대 일간지 타임스 오브 인디아가 전했다. 그러나 오베로이 호텔에 200여 명이 갇혀 있는 가운데 이 중 20∼30명이 인질로 잡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시내의 한 아파트에는 유대교 랍비 가족이 테러범들에게 납치돼 있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인도 군경은 오베로이 호텔과 랍비 가족이 납치돼 있는 아파트에서 구출 작전에 들어갔으며 곧이어 수차례의 폭발음이 들린 뒤 10여 명이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호텔 밖으로 나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