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과거에도 트집… 우리와 무관”
인도 정부가 뭄바이 동시다발 테러의 배후로 파키스탄을 의심하면서 최근 조금씩 개선 조짐을 보였던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 관계의 개선을 통해 이 지역의 안정을 이루고 탈레반 소탕까지 내심 노렸던 미국의 남아시아 전략도 차질을 빚게 됐다고 뉴욕타임스가 28일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남아시아 전략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화해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 파키스탄이 인도와의 군사 대립을 완화하면 군사 역량을 파키스탄 무장세력 소탕으로 돌릴 수 있다는 복안이다. 나아가 탈레반과 알 카에다까지 무력화함으로써 아프가니스탄 상황도 반전시킬 수 있다는 포석.
최근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이 “핵무기 선제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도에 화해와 경제협력의 손짓을 보내면서 전망을 밝게 했다. 하지만 뭄바이 테러가 발생하자 월스트리트저널은 “테러 배후문제로 양국 관계가 틀어지면서 오바마 당선인이 어려운 외교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전망했다.
인도 보안당국 관리는 뭄바이 타지마할 호텔 테러진압 작전 과정에서 파키스탄 국적자를 포함한 테러범 3명을 체포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또 이들이 파키스탄 라호르에 본부를 둔 알 카에다 연계 무장단체인 ‘라슈카르에토이바(LeT)’ 대원이라는 자백을 받았다고 전했다. LeT는 남아시아 최대 이슬람 무장단체 중 하나로 카슈미르 분리주의 운동에 주로 개입했다. 이 단체는 파키스탄 정보부(ISI)의 도움을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뭄바이 테러에 해외 세력이 연관돼 있다고 주장함에 따라 양국 관계는 다시 긴장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흐메드 무크타르 파키스탄 국방장관은 “파키스탄은 테러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만약 파키스탄 정보부가 뭄바이 테러에 관련됐다는 것을 인도 당국이 밝혀낸다면 양국 관계는 전쟁 직전까지 갔던 2002년 이후 최악이 될 것”이라며 “테러의 진짜 동기는 이것일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