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 방지 넘어 자립 돕는게 우선”

  • 입력 2008년 12월 1일 02시 59분


독일의 청소년 정책은 최근 단순 보호에서 벗어나 빈곤, 장애 청소년의 자립을 돕는 방향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지난달 말 직업 교육이 한창인 함부르크 주립대학의 모습. 사진 제공 부스러기사랑나눔회
독일의 청소년 정책은 최근 단순 보호에서 벗어나 빈곤, 장애 청소년의 자립을 돕는 방향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지난달 말 직업 교육이 한창인 함부르크 주립대학의 모습. 사진 제공 부스러기사랑나눔회
독일 빈곤 - 장애 청소년대책, 직업교육서 새길 찾아

학교 - 사회단체 - 기업 협력 다양한 현장실습

한국선 청소년 시설 부족… 복지 사각지대로

지난달 말 독일 함부르크 시 외곽에 위치한 함부르크 주립 직업학교 1층 강의실.

강의실에서 만난,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벤야민 셀리크(22) 씨는 진지한 표정으로 목공 기계를 다루고 있었다.

그는 14세 때부터 이 학교에서 직업교육을 받았다. 그 덕분에 일주일에 4일씩 공장에서 일을 해 매주 250유로(약 50만 원)를 벌고 있다.

셀리크 씨는 “정부지원금과 별도로 내가 직접 일을 해 돈을 번다는 사실이 너무 좋다. 기술을 더욱 키워나가기 위해 지금도 매주 하루씩 이곳에 와서 기술교육을 받는다”며 웃었다.

현재 함부르크 주립 직업학교에는 장애인 300여 명, 외국인 노동자 자녀 100여 명 등 1000여 명의 청소년이 직업교육을 받고 있다.

학교 측은 “1969년부터 청소년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직업교육을 실시해 왔다”며 “현장실습 및 취업은 지역 기업이 담당하는 등 민간 사회복지단체와 기업이 연계해 청소년의 자립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를 둘러본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이경림 대표는 “일반 청소년과 빈곤, 장애 청소년이 함께 교육을 받는 모습이 인상적이다”며 “여기에 기업과 연계해 취업 및 취업 후 교육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은 한국의 역할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국가 독일에서도 최근 들어 빈곤 및 장애 청소년들의 복지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위해 독일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전국 670여 유겐트하우스(Jugendhaus·청소년의 집)의 변신이다.

함부르크 주정부의 볼프강 하머 청소년국장은 “유겐트하우스가 그동안 청소년에게 쉼터와 놀이공간을 제공해 탈선 예방에 주력했다면 지금은 보호를 넘어 자립을 위한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있다”며 “유겐트하우스 한 곳에 매년 12만∼30만 유로(약 2억∼5억6000만 원)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국내의 경우 10대 빈곤 장애 청소년들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방과 후 빈곤 아동과 청소년을 돌봐주는 지역아동센터도 대부분 아동에만 집중되어 있다. 가출 및 빈곤 청소년을 돌볼 만한 기관이 부족하다 보니 이들은 속칭 ‘꿀림방’이라는 쪽방에 모여 탈선을 저지르기도 한다. 장애 청소년에 대한 직업교육 역시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2006년부터 SK와 함께 청소년 보호시설인 ‘1318 해피존’을 운영 중인 이 대표는 “10대 청소년들은 ‘혼자서 활동할 수 있다’, ‘나이가 많아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복지시설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아동 복지도 중요하지만 빈곤 및 장애 청소년에 대한 복지 지원과 자립을 위한 직업교육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 현장을 함께 둘러본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익중 교수도 “빈부격차, 외국인 노동자 자녀, 장애 청소년 등 독일이 겪고 있는 현재의 고민은 앞으로 한국의 고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청소년 복지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부르크=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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