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장막’ 치는 CIS국가들

  • 입력 2008년 12월 2일 02시 51분


러시아-벨로루시 등 수입제한-금융지원 중단 잇따라

한때 공산품 수출국가의 황금시장으로 떠올랐던 독립국가연합(CIS) 소속 국가들이 잇따라 특정 상품에 대한 수입 제한과 수입 금융지원 중단 조치를 취하고 있다.

러시아 일간 모스크바타임스 등에 따르면 러시아 중소 기계 수입업체 A사는 지난달 월간 수입 실적이 전달의 5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 회사 딜러 세르게이 콥툰 씨는 “러시아 관세청이 부가가치세 환급을 세 달 이상 해주지 않아 수입을 사실상 중단했다”고 말했다.

일부 러시아 기계 수입업체들은 현금이 부족해 보세창고에 있던 수입물품을 배에 도로 실어 수출국가로 되돌려 보내는 물품 반환(Ship back) 조치를 내렸거나 검토하고 있다. 물품 반환은 통상 수입물품에서 결함이 발견되거나 계약이 취소됐을 때 취하는 예외적인 조치다.

콥툰 씨는 “11월 말 블라디보스토크 보세창고에서 물품 반환에 들어갔거나 반환을 검토 중인 수입물품은 일본과 한국의 건설장비 2500여 대”라고 전했다.

CIS 4대 수출시장이던 벨로루시 정부는 12월부터 TV 가죽제품 맥주 등 일부 품목에 대한 수입을 음성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러시아 일간 네자비시마야가제타가 보도했다. 벨로루시 TV 시장은 금융위기 전 한국 전자업체들이 판매 확대에 공을 들였던 곳이다.

이 신문은 “벨로루시가 경상수지 적자를 만회하고 자국산 제품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고 관측했다. 벨로루시에 주재하는 외국 수입업체 지사장들은 “벨로루시 관리들로부터 ‘수입금지 품목을 창고에 보관하면 추방당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카자흐스탄과 우크라이나도 금융위기 이후 국경 통관을 더욱 강화하거나 수입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을 끊고 있다.

통상전문가들은 “제조업 기반이 없던 CIS 소속 국가는 평상시에는 한국 중국 일본 기업의 황금시장이었지만 금융위기 확산으로 수입 감소 폭이 다른 국가에 비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KOTRA 모스크바 지사 주한일 과장은 “수출업체들이 금융위기가 진정될 때까지 본국에서 수출지원금융을 이용하며 수입업체와 공생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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