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1일 인도 뭄바이 테러의 배후세력 논란과 관련해 테러범들이 비록 파키스탄 내 이슬람 무장단체 소속이라 할지라도 파키스탄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며 파키스탄을 응징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자르다리 대통령은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파키스탄은 알 카에다 및 탈레반 세력과 싸우고 있는 나라”라고 지적한 뒤 “악당 같은 비정부 조직의 도발로 핵보유국끼리 전쟁을 벌일 위험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 정부가 파키스탄 내 이슬람 무장단체인 ‘라슈카르 이 토이바(성스러운 군대라는 뜻)’를 이번 테러의 배후세력으로 지목하면서 파키스탄 책임론을 퍼뜨리자 ‘파키스탄 내 무장단체’와 ‘파키스탄 정부’는 별개의 존재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처럼 뭄바이 테러 배후 논란이 가열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양국 국경에서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측은 인도 군이 전시 체제를 갖추고 전투기 출격을 준비하는 등 군대를 동원하기 시작했다며 “만약 인도가 군사적 대응에 나설 경우 아프가니스탄 국경에 배치된 10만 병력을 인도 국경지대로 이동시키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양국 간 긴장 고조는 미국이 역점을 두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 차질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버락 오바마 차기 미국 행정부에도 커다란 외교적 숙제를 던져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 일간지 타임스오브인디아는 “테러범들은 파키스탄이 아프간 국경이 아닌 인도 국경 수비에 전념하도록 해 상대적으로 허술해진 아프간 국경 부근에서의 무장 봉기 확산을 이번 테러의 목표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일부 전문가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노무라인터내셔널의 정치분석가 앨리스테어 뉴턴 씨는 “오바마 당선인의 주요 공약 중 하나는 적대적인 인도-파키스탄 관계를 중재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양국 간 갈등이 고조돼 아프간 국경에 배치된 파키스탄군이 철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