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비판한 교수 학생들이 고발…中 때아닌 ‘反혁명 논란’

  • 입력 2008년 12월 3일 02시 58분


“21세기에도 이런 일이…” 포털서도 시끌

대학생이 강의 내용을 문제 삼아 교수를 ‘반혁명’죄로 고발해 교수가 형사입건까지 된 사건을 놓고 중국 사회가 시끄럽다.

발단은 화둥(華東)정법대에 다니는 두 여대생이 인문학원의 양스췬(楊師群·57·사진) 교수를 ‘반혁명’ 혐의로 상하이(上海) 시 공안국에 고발하면서부터.

두 학생은 “양 교수가 ‘고대 한어(漢語)’를 강의하면서 중국 전통문화는 물론 이와 관련된 작금의 세태와 현 정부를 비판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또 “양 교수가 파룬궁(法輪功)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주핑(九評)’까지 했다”고 고발했다. 이에 따라 양 교수는 조사를 받고 형사입건까지 됐다.

주핑이란 중국 공산당에 대한 ‘9가지 비판’으로, 중국 공산당은 사교(邪敎)집단으로 살인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중국 민족문화를 말살하고 폭정을 일삼는다는 게 골자다. 파룬궁 정책에 대한 비판과 주핑은 중국 공산당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양 교수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중화민국 초기에도 젊은이들은 민주와 자유 인권의 이념을 받아들였다”며 “아직도 문화혁명 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 21세기 중국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그는 “파룬궁에 대한 정책 비판과 주핑은 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양 교수의 글이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텅쉰망(www.qq.com) 등에 올려지자 대부분의 누리꾼은 “교수가 강의 도중에 정부를 비판할 수 없다면 어떻게 이를 대학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양 교수를 옹호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교수를 고발한 학생들 역시 크게 나무랄 것은 못 된다”며 “문제는 중국의 교육풍토에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2일 오후 텅쉰망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8%인 7만9590명이 양 교수의 주장을 지지했고 8.2%(8118명)는 두 여학생의 주장에 동조했다.

현재 양 교수의 글은 블로그는 물론 토론방에서도 모두 삭제됐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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