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의회가 미군기지 이용 조약을 6년 만에 비준했다.
카자흐스탄 상원은 1일 카자흐스탄 측이 2002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미국 정부와 체결했던 알마티 미군기지 사용 조약을 정식 비준했다고 러시아 일간 네자비시마야가제타가 보도했다.
알마티 미군기지 사용 조약이 발효됨으로써 미 공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공군이 카자흐스탄에 들어가 중앙아시아 대(對)테러전과 아프간 작전을 직접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카자흐스탄 의회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 노선을 걷던 정부의 눈치를 보며 미군기지 이용 조약 비준을 6년간 미뤄 왔으나 버락 오바마 당선인의 미 대통령 취임 전에 비준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러시아 안보 전문가들은 “카자흐스탄이 아프간 전쟁 수행을 공약한 오바마 행정부를 위해 기지를 개방하는 대신 금융 지원 등 경제적 실리를 얻기 위해 미군 주둔을 수용했다”고 분석했다.
이로써 중앙아시아에서 미군과 나토군이 사용할 수 있는 공군기지는 키르기스스탄의 마나스 공항, 우즈베키스탄의 테르메즈 기지, 타지키스탄의 두샨베 공항 등 네 곳으로 늘어났다.
나토군은 “알마티 공군기지 개방으로 중앙아시아에서 대테러 작전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 인접 국가인 러시아와 중국은 이 지역에서 미군기지 확대로 지역 안보 균형이 깨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표트르 데이네킨 전 러시아 공군 대장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카자흐스탄에서 미군 전투기와 탱크가 집결하면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군은 중앙아시아 미군기지 확대에 대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러시아의 인테르팍스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역시 미군기지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 레오니트 이바쇼프 씨는 “알마티 기지에서 미군이 중국 서부 핵 시설에 대한 첩보를 수집할 수 있어 중국군이 한층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