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초당파 인선’ 美국민 75% 지지

  • 입력 2008년 12월 5일 03시 00분


초스피드 - 한달동안 15개 장관직 중 7명 확정

1970년대 이래 가장 빠른 인선 행보

다양성 - 백악관 참모진의 71%가 40대 이하

여성-소수인종 출신도 폭넓게 기용

실용 - 경륜있는 전문가들로 경제팀 구성

외교안보팀도 초중량급 인사 포진

“미안하지만, 라디오 방송 장난전화는 사양합니다.”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인 일레나 로스레티넨 의원은 3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을 자칭하는 전화를 받고 단호히 전화를 끊었다.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가 대선 막판에 캐나다 라디오 방송 코미디언들의 프랑스 대통령 사칭 전화에 골탕 먹은 뒤 정치인들은 장난 전화 프로그램에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다.

잠시 후 람 이매뉴얼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이라는 남자가 전화를 걸어왔지만 로스레티넨 의원은 “난 이런 데 넘어갈 사람이 아니다”라며 끊어버렸다. 한참 후 친분이 깊은 하워드 버먼 하원 외교위원장이 전화를 걸어 “오바마 당선인이 통화를 하고 싶은가 본데 당신이 전화를 안 받는다고 하소연한다”고 했을 때 비로소 그 남자가 진짜 당선인이었음을 깨달았다.

전화가 연결되자 오바마 당선인은 평소 로스레티넨 의원이 앞장서 온 쿠바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듣고 협력을 구하고 싶었다며 진지한 대화를 이어 갔다.

이날 오후 로스레티넨 의원실의 발표로 알려진 이 일은 4일로 대선 승리 한 달을 맞은 오바마 당선인의 초당적 국정운영 의지가 겉으로 드러난 내각 인선에 국한된 게 아님을 보여준다.



▽초스피드 인사…압도적 지지=오바마 당선인은 이미 15개 장관직 가운데 국무 국방 재무 법무 등 빅4를 비롯한 7명(톰 대슐 보건장관 내정자 포함)을 확정했다. 백악관 간부직은 28명이 확정됐다. 1970년대 이래 대선 한 달 내에 2명 이상의 장관을 내정한 당선인은 1988년 조지 H 부시 당선인이 4명을 내정한 게 유일했다.

인선 내용은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3일 발표된 CNN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5%가 지지를 표했다. 조지 W 부시 당선인 당시 조각 지지율은 59%였다. 특히 공화당원들도 52%가 새 행정부 인선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 인종 초월한 인선=차기 백악관과 행정부에는 오바마 당선인 스스로도 “역사상 가장 다양성을 지닌 인적 구성”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여성과 소수 인종 출신이 폭넓게 진출했다.

최초의 X세대(1960년대 초중반 이후 태어난 세대) 대통령답게 백악관 참모진의 71%가 40대 이하다.

백악관 참모는 결정되는 대로 바로바로 발표하지만 행정부 고위직은 먼저 측근들을 통해 후보자 이름을 흘린 뒤 여론과 정치권의 반응, 평판을 지켜보는 방식이다.

▽실용과 능력이 등용 최우선 기준=당선 뒤 “미국의 대통령은 한 명뿐”이라며 공개석상에 나서기를 꺼렸던 그는 경제상황이 계속 곤두박질치자 당선 3주째부터는 연일 기자회견을 갖는 등 정권 인수기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적극 나섰다.

250만 개 일자리 창출을 뼈대로 하는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경기부양책을 약속하고 미국인 대부분이 귀에 익은 경륜 있는 경제 전문가들로 경제팀을 구성함에 따라 다우지수가 연 닷새째 상승 행진을 이어 갈 정도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외교안보팀도 중도 성향의 초중량급 인사들을 포진시키면서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를 긴밀히 결합한 ‘통합파워’와 ‘동맹회복’을 외교의 원칙으로 천명했다.

북한, 이란 핵 문제 등에 대해선 선거운동 당시의 원론적 언급 이상은 없었으나 인도 테러 사건에 대한 논평 등은 테러나 핵 확산에 관한한 새 정부의 안보정책이 결코 무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해 준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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