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국왕 자리빈 생일… 거리엔 노란 물결뿐

  • 입력 2008년 12월 6일 03시 00분


정상운영 들어간 수완나품 공항 5일 태국 방콕의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전통의상을 입은 소녀들이 떠나는 관광객들을 향해 환송 인사를 하고 있다. 이 공항은 지난달 26일 반정부 시위대의 점거 이후 일주일 넘게 폐쇄됐다. 공항 측은 이틀 동안 공항 시스템을 점검하고 청소를 마친 뒤 이날 정상 운영에 들어갔다. 방콕=EPA 연합뉴스
정상운영 들어간 수완나품 공항 5일 태국 방콕의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전통의상을 입은 소녀들이 떠나는 관광객들을 향해 환송 인사를 하고 있다. 이 공항은 지난달 26일 반정부 시위대의 점거 이후 일주일 넘게 폐쇄됐다. 공항 측은 이틀 동안 공항 시스템을 점검하고 청소를 마친 뒤 이날 정상 운영에 들어갔다. 방콕=EPA 연합뉴스
정국 대치속 총리선출 임시회의도 연기

“국왕 유고땐 남북지역간 내전 가능성”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의 81번째 생일인 5일 방콕의 왕궁 앞.

태국 왕실 근위대가 하늘을 향해 축포를 쏘아 올렸고 사람들은 사진 찍기에 바빴다. 왕실은 내국인들에게 왕궁도 개방했다. 국왕이 즉위 62년 만에 처음으로 병환을 이유로 4일 생일 기념 대국민 연설을 취소했지만 왕궁 앞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은 어두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국왕의 건강과 불안한 정국 상황에 대한 걱정이 교차했다.

왕궁 앞에서 만난 당프론 파툼왓(36·여) 씨는 “대내외적으로 국가 사정이 안 좋은데 국왕마저 아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퐁샥 티엥탐(27) 씨는 “국왕이 쓰러졌으니 탁신 계열의 ‘국민의힘(PPP)’ 세력들이 더 자기 마음대로 국정을 처리하려 할 것”이라면서 “이제 태국의 미래가 혼란에 빠져들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날 방콕 거리는 반정부 세력을 상징하는 노란색 옷을 입은 시민들로 가득했고 친정부 시위대를 상징하는 붉은색 옷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치탈라 궁전 앞에서 만난 첨삭 쿠레당캄(48) 씨는 “(붉은 옷을 입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자들은 이런 날엔 모두 집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꿈빗 거리에서 만난 또이(24·여) 씨는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지만 국왕이 없으면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국왕의 안녕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국왕이 사망할 경우 태국 남부와 북부 사이에 내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태국 헌법재판소가 2일 연립정부 중심당인 PPP 등 3개 당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해산 명령을 내린 뒤 차기 정부 구성을 놓고 집권세력 내부의 의견 충돌이 심해지고 있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PPP 주류 세력들은 ‘푸에아 타이’라는 새 정당을 만들어 놓고 차기 총리 후보로 PPP 출신을 내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연립 정당들은 “PPP 출신이 다시 총리가 되면 정국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현지 일간 네이션은 특히 PPP 출신 의원 37명이 모인 소장파 그룹인 ‘뉴인 칫촙’이 PPP 중심 내각 구성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히며 야당인 민주당에 입당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태국 과도정부는 4일 긴급 각료회의에서 8, 9일로 예정됐던 차기 총리 선출을 위한 임시회의를 연기했다. 현행법상 의회는 30일 이내에 차기 총리를 선출해야 한다.

한편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4일 무디스는 현재 Baa1 등급의 태국 신용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방콕=주성하 특파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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