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 교수 “도와주더라도 CEO 물러나야”
심각한 경영 위기에 처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 최고경영자(CEO)들이 보름여 만에 또다시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정부 지원을 호소했다.
하지만 의원들의 반응은 지난달 18일 청문회 때보다 훨씬 더 차가웠다. 자동차 업체에 대한 지원을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의 목소리는 더 높아졌고 빅3 지원을 강력 추진했던 민주당 의원들의 목소리는 작아졌다.
지난달 청문회 때 전용 비행기를 타고 청문회에 나왔던 릭 왜거너 GM 회장, 앨런 멀럴리 포드 회장, 로버트 나델리 크라이슬러 회장 등 3명의 CEO는 10시간 넘게 자동차를 타고 4일(현지 시간) 열린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정부 지원을 거듭 요청했다.
이들은 미 의회가 당초 계획했던 250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340억 달러의 지원을 2일 요청해 둔 상태다.
왜거너 회장은 “미 자동차업계는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이곳(청문회)에 오게 됐다”며 몸을 낮췄다. 왜거너 회장과 나델리 회장은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필요하다면 합병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CEO들은 자동차 회사에 파산보호 신청은 선택사항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멀럴리 회장은 “자동차 회사가 파산보호를 신청하게 되면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고 구조조정을 추진할 시간조차 벌 수 없다”고 읍소했다.
미국 언론들은 GM이 회생을 위해 채권 금융기관들과 자금 지원을 협상하는 ‘협의파산’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 업계 구제방안을 주도해 온 민주당의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은 “자동차 업체가 한 곳 혹은 그 이상 도산한다면 심각한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상당수 의원은 6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청문회 내내 구제방안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밥 코커 공화당 의원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빅3가 살아남을 것으로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엘 루비니(경제학) 뉴욕대 교수도 이날 포털사이트 야후와의 인터뷰에서 “빅3에 대한 지원은 도덕적 해이의 우려가 있는 현 CEO 등의 퇴진과 자동차산업 국유화 등을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빅3 지원안의 의회 처리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 도드 위원장,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장 등은 이날 상원 청문회가 끝난 뒤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행정부 차원의 자동차 업계 구제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