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주민 교육 수준이 높고 부유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그런데 워싱턴에서 서쪽으로 뻗어가는 66번 고속도로의 이 지역 구간을 운전하다 보면 누더기처럼 파이고 땜질 처리된 노면 상태에 놀라게 된다. 워싱턴∼페어팩스 전철을 덜레스 국제공항까지 확장하는 계획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상당수 초등학교도 조립식 가건물을 운영하고 있다. 교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프라의 나라’로 불리는 미국이지만 사회기반시설의 노후화와 신규 수요에 대한 대응이 더디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주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신 뉴딜정책’으로 불릴 만한 방대한 인프라 투자 구상을 밝히면서 △친환경 △정보통신 △교육을 새 정부 인프라 투자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는 새 정부의 인프라 투자는 ‘낡은 워싱턴 방식’과 다를 것이라며 투명성과 공개, 단계별 면밀한 성과 측정을 약속했다.
후보 시절부터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해온 그는 우선 연방정부 건물을 에너지 효율형으로 바꾸는 대대적 노력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더불어 “인터넷 종주국인 미국이 브로드밴드 사용에서 15위라는 사실은 용납할 수 없다. 모든 어린이가 온라인에 접근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그게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또 “병원들도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모든 의사들이 최첨단 의료기술과 전자 의료기록을 사용하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학교 건물 현대화와 디지털 환경 개선 등 교육 투자를 약속했다.
하지만 그는 이에 필요한 예산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인프라 투자는 이미 약속한 중산층 감세 및 주 정부에 대한 지원 정책과 함께 경기부양책의 주요 부분을 이루게 되는데 민주당은 총 4000억∼5000억 달러 규모의 지출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1조 달러 규모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내달 6일 새 의회가 소집되면 2주 내에 법안을 마련해 20일 대통령 취임 즉시 서명하도록 할 방침이지만 공화당이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오바마 당선인이 제시한 인프라 투자 계획 뼈대▼
[1] 전국 도로, 교량 보수 및 확장
(주 정부가 즉각 사업 시행 안 하면 지원금 회수)
[2] 연방정부 소유 건물을 연료 효율형으로 리모델링
(노후한 난방시스템 교체, 절전형 전구로 조명 교체)
[3] 낡은 학교 건물 리모델링, 교실마다 컴퓨터 설치
[4] 초고속 인터넷망 대폭 확충
[5] 병원 업무의 완전 전산화를 비롯한 의학 기술 투자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