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신세키 보훈장관 내정

  • 입력 2008년 12월 8일 03시 03분


럼즈펠드와 ‘이라크戰파병 규모’ 충돌후 전역

부시 증파결정… 오바마 언론서 “그가 옳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7일 보훈부 장관에 하와이 태생 일본계 미국인인 에릭 신세키(66·사진) 전 육군 참모총장을 내정했다.

4성 장군 출신으로 아시아계로서는 군 최고위직 인사이기도 한 신세키 장관 내정자는 2003년 이라크전 개전을 앞두고 파병 규모 등을 놓고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국방장관과 정면충돌해 인상을 남겼던 인물.

그는 같은 해 2월 25일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전쟁 종료 후 이라크 안정을 위해서는 수십만 명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럼즈펠드 당시 국방장관은 “이라크인의 환영을 받을 ‘해방군’인 미군 규모가 그렇게 많을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 그가 덧붙인 말은 “(신세키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는 것이었다. 결국 신세키 전 참모총장은 4개월 뒤 임기를 마치지도 못하고 전역했다. 그의 퇴임식에는 ‘민간인’ 국방 수뇌부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아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엔 그의 주장이 옳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7년 초 이라크 상황이 내전으로 부를 수 있을 만큼 악화일로를 겪자 대규모 미군병력 증파(surge)를 결정했다. 오바마 당선인도 6일 NBC방송의 ‘언론과의 만남’에서 “결국 그가 옳았다”고 말했다.

하와이에서 태어난 일본계 미국인이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공격(1941년 12월 7일) 67주년 기념일에 미국 내각의 구성원으로 내정된 것도 눈길을 끈다. 베트남전에서 지뢰를 밟아 발을 다친 그는 예비역 군인들이 겪는 고통을 제대로 헤아릴 적임자라고 평가받고 있다.

신세키 전 총장이 상원 인준을 받은 뒤 정식 임명되면 일본계인 노먼 미네타 전 교통장관(2001∼2006년), 중국계인 일레인 차오 노동장관(현직)에 이어 세 번째 아시아 출신 각료다.

한편 오바마 당선인이 자신의 인수위 공식 웹사이트(change.gov)를 통해 지원받고 있는 행정부의 3300여 개 연방보직에 6일까지 지원서를 낸 사람이 30만 명을 넘어 평균 100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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