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청소년 폭동’ 4대 대학도시로 번져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2월 9일 03시 00분



그리스 10대 소년 경찰총격에 숨져… 과격 시위 사흘째 확산

일부大 휴교령속 좌파단체들도 가세


경찰 총에 맞아 숨진 15세 소년에 대한 항의로 촉발된 그리스의 시위가 사흘째 수도 아테네를 비롯해 주요 도시로 번져가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6일 밤(현지 시간) 극좌 무정부주의 청소년이 자주 드나드는 아테네 도심 엑사르키아에서 15세 소년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뒤 아테네는 물론 주요 대학도시인 테살로니키, 파트라스, 이오안니나, 이라클리온(크레타 섬) 등에서 과격 시위가 시가전 양상으로 계속되고 있다.

아테네에서 경찰의 총격 소식이 전해진 후 두건과 헬멧을 쓴 수백 명의 청소년이 엑사르키아 구역, 모나스티라키 구역, 에르무 거리 등 도심에 쏟아져 나와 은행과 주변에 주차된 자동차에 불을 지르고, 최루가스를 쏘며 진압에 나선 경찰에 맞서 돌과 화염병을 던져 폭동을 방불케 했다.

시위는 곧 테살로니키 등 그리스 4대 대학도시로 번졌다. 그리스 제2의 도시인 살로니카에서도 8일 300여 명의 젊은이가 자동차와 상점 등을 공격했고 베리아에서는 400여 명의 고등학생이 경찰과 충돌했다. 아테네와 살로니카의 일부 대학에는 8일과 9일 휴교령이 내려졌다. 공산당(KKE)을 비롯한 좌파 단체들도 시위에 가세했다. AP통신은 이번 시위로 경찰관 37명과 시민 약 30명이 다쳤다고 AP통신이 집계했다.

목격자들은 6일 엑사르키아의 노천카페에 앉아 있던 30여 명의 청소년이 경찰 순찰차를 향해 조롱과 욕설을 쏟아 부으며 사건이 시작됐고, 멈춰선 순찰차에서 2명의 경찰관이 나와 청소년과 거친 말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한 경찰관이 총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안드레아스 그리골로푸로스라는 15세 소년이 가슴에 총을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물의를 일으킨 경찰관 두 명은 현재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그리스 언론은 “이번 폭동은 높은 실업률로 대학을 나와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청소년의 현재 위상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총격 사건이 일어난 아테네 엑사르키아 구역은 1985년에도 15세 소년이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진 뒤 좌파 시위대와 경찰 간의 대규모 유혈 충돌이 벌어진 적이 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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