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이 6.7%로 15년 만에 최악을 기록한 가운데 '살해와 다름없는 해고( Slay offs : lay off에 빗댄 말로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해고하는 것을 일컬음)'가 횡행하고 있다고 NPR(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인터넷판이 소개했다.
캘리포니아의 전기차 생산회사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 CEO 엘런 머스크는 10월 감원을 결정한 직후 이 계획을 블로그에 게재했다. 머스크는 "다른 블로거가 감원 관련 소문을 먼저 띄웠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지만 해고를 통보하는 방법치고 비인간적인 방식이다.
달랑 메모 한 장으로 해고 통보를 받은 경우도 있다. 워싱턴 로펌의 한 변호사는 회의를 마치고 자기 사무실에 돌아왔을 때 의자에 메모 한 장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직원들이 그가 회사를 나가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메모였다. 그는 당시를 "매우 냉정했다"고 치를 떨며 회상했다.
기사에는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신용카드 회사가 150명이 넘는 직원들에 문자 메시지로 해고를 통보했던 사례도 언급되어 있다.
노동 전문 변호사인 알란 레쉬트는 요즘 해고 통보를 집으로 보내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고 했다. 그 통지문에는 "출근 안 해도 돼요"라고 적혀 있을 뿐이다. 그는 "해고당한 직원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해고 이유조차 설명해 주지 않는 회사 측의 태도"라고 설명했다.
고용 상담 전문가들은 "해고 이유를 모르는 직원들은 마치 도끼에 얻어맞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며 "이메일로 해고를 통보하는 것이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비인간적 방식들은 직원과 직접 눈을 마주치지 않고도 안녕을 고할 수 있으므로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차라리 이메일이라도 받는 게 그나마 나은 경우도 있다. 닷컴 붕괴로 어려움을 겪던 한 하이테크 회사는 직원들을 회의실에 모두 불러 모은 뒤 해고 대상자의 명단을 읽었다. 해고 대상자들이 일하던 자리로 돌아가 개인 물품을 챙겨 회사를 나설 때까지 경호원이 이들을 따라 붙어 감시했다.
NPR은 해고된 사람들조차 여전히 이메일이나 블로그로 마음을 달래며 분노와 싸운다고 전했다. 야후 마케터로 일하다 올해 초 실직한 라이언 쿠더는 매일 '트위터(휴대전화 메시지로 올리는 블로그 서비스)'에 감정 상태를 적곤 한다. '몇 분 동안 암흑에 빠진 듯 했다. 인사담당자가 내 노트북을 가지러 온단다' '칵테일 한잔으로 실직을 축하하며'라고 적는 식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